통영/통영별로

통영별로의 소중한 인연

청풍헌 2012. 10. 1. 01:25

지난 통영별로 여행때 임실 사선대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을 소개 합니다.

사선대 라는 기초지식도 없이 눈과 얼음으로 덮인 사선대를 보고 따뜻한 차나 한잔 먹을 요량으로 안내소를 찾았습니다.

여기서 강명자님을 만난 건 큰 행운 이었습니다.

해박한 역사의 지식으로  내가 걸어왔던 길을 훤히 알고 있었으며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사선대의 유래와 역사 이야기는 너무나 유익하여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대화를 하다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이후 사진을 정리하던 중 대말방죽과 관란정에 대하여 자료를 찾을 수 없어 어려운 부탁을 했습니다.

며칠후 너무도 친절히 자료를 정리하여 보내 주었습니다.

 

관란정觀爛亭과_대말방죽.hwp

 

 

전북도민일보 도민기자이며 시인 수필가라는 명함을 받고 대단한분이구나 생각했습니다.

블로그에서 몇차례 정보를 나누었지요.

 

지난 9월 22일 거제 둔덕골 청마 기념관에서 제5회 청마 문학제에 참가하고 있는데 한통의 전화가 왔습니다.

전화기에 뜨는 이름이 "강명자(임실문화관광해설사)"였습니다.

통영을 오셔서 케이블카와 장사도를 둘러보신다하여 만나고 싶은 마음에

오전 일정만 마치고 통영으로 오면서 전화를 드렸더니 장사도에 입도하여 구경중이라

17시경에 나오신다 하여 RCE 총회에 참석하고 16시에 유람선 터미날로 갔습니다.

 

그날은 통영시내에 큰 행사가 두개가 있어 매우 분잡했지요.

제7차 세계RCE(유엔지속가능개발교육센타)총회가 열렸으며 세계 월드컵 트라이에슬론 대회가 열렸습니다.

 

터미날에서 반갑게 재회를 하고 좋은 이야기를 많이하고 싶었으나 시간이 없어(일행들 때문에)

그만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며칠후 택배가 왔습니다.

임실 치즈와 소중한 책이 두권 왔습니다.

"산이여  강이여" 라는 산문집과 "차라리 바위가 되고 싶은 것은"이라는 시집 입니다. 

표지를 넘기자 이렇게 친절하게 직접 서명을 하시어 보내 주었습니다.

산문집 첫 페이지를 장식한 것은 "2007년 박경리 토지문학상 대상 작품"이 실려 있었습니다.

 

섬진강 하동

 

골짜기마다 두 갈래 세 갈래 물길이 한 몸으로 합수하여 모여드는 전설 같은 하동에 들어선다.

소꿉처럼 아기자기하게 들어앉은 마을마다 재첩국 끊는 냄새로 먼저 넉넉한 인심을 풀어 놓는다.

 

하얀 모래톱과 오밀조밀하게 펼쳐진 산의 능선과 송림들 사이로 강물은 흐르고 있다.

섬진강에도 하동의 은모래를 빼놓고는 섬진강의 아름다움을 말할 수 없다.

산과 들을 지나 모든 길이 드러나는 저 강가 도닥도닥 고은 낯빛으로 서로 비비고 비벼 은모래로 부서지는 오묘함

물결위로 트인 하늘이 유난히 곱다.나는 모래밭에 발자국을 남기면서 이 세상의 가장 순결한 곳으로 들어왔음을 느꼈다.

송림과 강물,모래의 흰색이 어울러진 하동,그 어느 선비가 이보다 더 고결할까.

 

강물 굽이를 돌아나온 놀란 물새 떼 안개를 강가로 몰며 한 마리식 안개 속으로 사라진다.

강기슭에서 은은히 피어올라 산과 산 사이를 까마득히 잠겨놓은 안개가 제 몸을 비틀어 짜내 띄워 놓은 저 무지개속엔

어른어른 물그림자가 비친다.강물은 푸르다.저 푸름이 온 산에 가득 안개를 씌우는 걸까.물 밑바닥에서 튀어오르는

물방울이 풀빛을 섞어 향기를 쏟아낸다.눈에 감겨오는 푸른 강줄기를 몸에 두르고 물안개 싸여 돌아오는 새벽 골짝 능선으로 

흐느적흐느적 누가 올라와 정적을 모래무덤에 묻어놓고 바위 모퉁이를 돌아 뒤척이는 모래밭에 고요한 평상심으로

일정한 보폭을 옮기며 발자국 찍고 있다.으깨진 조개껍데기가 맨발을 찌른다.

 

비린 물 내음 강물을 보면 어떤 물살은 빠르고 어떤 물살은 느리다.또 어떤 물살은 크고 어떤 물살은 작다.

어떤 물살은 더 차고 어떤 물살은 덜 차고 어떤 물줄기는 바닥으로만 흐르고 어떤 물줄기는 위로만 흐른다.

떠 어떤 물줄기는 복판으로만 흐르는데 어떤 물줄기는 조심조심 갓만 찾아 흐른다.

뒤에 있는것이 앞에 있는것을 지르기도 하고 앞 것이 우정 뒤로 처지기도 한다.

서로 뒤엉켜 하나가 되기도 하고 다시 갈라져 따로따로 제 길을 가기도 한다.

때로 산골짝을 흘러온 계곡물을 받아 스스로 큰물이 되어 다리 밑도 지나고 쇠전 싸전도 지난다.

산과 들판을 지나고 바위와 돌틈을 어렵사리 돌기도 한다.흔들림 없는 중심을 두고 밀려왔다 밀려가는 저 물길의 파동,

제 속을 채웠다 비우는 모래들,굴곡 속으로 삶을 풀어가는 물살처럼 청청한 출렁임에 몸을 가라앉힌 인고의 모습들,

해질 무렵 물위로 난 길들이 돌아올 길 버리고 조용조용 서로의 아픔 다독인다.

 

세월이 훌쩍 지나버린 어느 때이던가.한 사람과의 만남이 둘이 걷는 길로 만들어지던 그 잔잔한 떨림을 받은 것은 처음 하동에서 였다.

혼자서 흐르던 강물이 또 다른 한 줄기의 강물을 만나 더욱 깊은 심연을 이루며 흘러가리라 생각 했었다.

지금 내 곁에 선 한 사람이 이제서야 겨울나무처럼 담백하게 여겨지는 것은 우리가 강물의 깊이를 아는 나이가 되었다는 것이다.

서로를 주장 하지도 다투지도 않으면서,마침내 수많은 낯선 만남들이 한 몸으로 녹아드는 강물처럼 

사람의 마음도 하나로 스며들어 한 생의 바다에 조용히 당도 하리라 생각해 본다.

 

사람사는 일도 이와 같으니 나는 온갖 삶 끌어안고 다시 올 수 없는 먼 곳까지 가서 그 줄기찬 아우성으로 섬진강 물길이 되어

살아 있음을,살아 있는 존재임을 증명하는 것들이 내 안의 나이테마다 스미어 안으로 흐르고 밖으로 밀리는 물살이고 싶다. 

 

다 늦은 저녁답에 강물위로 뚝,하고 조바심 처럼 돌을 들어 힘차게 던졌다.물결 살점이 불끈 고통처럼 치솟는다.

어디선가 푸드득 날개를 펼치고 정물화 한 폭이 불현듯 사라진다.

그 빈자리에 반짝이는 물비늘 같은 것이 오랫동안 출렁인다.우연이듯 강물 속으로 구부러진 강가의 나뭇가지 사이로

이따금 물살 치는소리가 홀로 깊어지는 풍경소리로 들렸다. 

 

깊고 깊은 강물 끌어안고 바다로 가는 이 장엄한 흐름,어디서 이 크나큰 생명은 맥박쳐 오는 것일까.

강은 그토록 흐르고도 흐를것이 남았던가.우리내 삶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는 듯 오늘도 강물은 바다를 향해 흐른다.

 

 

 

섬진강 하동을 어찌 이렇게 표현 할 수 있는지 글을 읽는 내내 놀라웠습니다.

감히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아름다운 표현이 놀라울 따름 입니다.

 

이렇게 좋은 책을 보내주신 강명자님께 진심으로 감사 합니다.

또 이렇게 훌륭한 작가를 알고 있다는게 자랑스럽습니다.

 

2012.9.30 백세청풍 김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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