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생활 속에서

반시盤枾의 고장 청도를 가다1

청풍헌 2012. 10. 8. 21:59

감나무

                                                                                            배한봉

이 열매를 탐욕이라 말한다면

기꺼이 다 떨구고 말겠네

그래서 홀가분해질 수만 있다면

몸 달구는 했빛도 뿌리치고 겨울을 맞겠네

어디 비바람 겪지 않은 삶이 있겠나

움푹패인 뿌리야 나무잎 털어 덮으면 그만이지

이 가을 내 영혼이 빛나는것은

열매 때문이 아니라 가난을 맞이할 준비가 끝난 운명의 무게 때문이라네

내 가지위 까치 둥지는 달빛이 보살펴주는 것 또한

식구 하나쯤은 건사할 줄 아는

튼튼한 밑둥치가 있기 때문이라네

 

지금 나는,

시퍼런 창공에 탱글탱글 폭약같은 홍시 한 알 걸어 두고,

언제 터트릴 것인가,그것을 고민하고 있다네.

 

 

청도盤枾는 쟁반(평방형)같이 생겼다 하여 반시라 부르며

씨가 없는것이 특징으로 다른 지방에 옮겨 심으면 씨가 생긴다.

 

노 부모님을 끔직히도 생각하는 회사동료의 요청으로

모든 일정을 조절하고 청도 감 수확에 나섰다.

 

감의 학명은 그리스어로 디오스피로스(diospyros)

신의 과일 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감의 고장 청도 휴계소에서 만난 조형물이다.

온통 감으로 스토리텔링이다.

스토리텔링 하면 전유성씨가 생각난다.

 

청도에서 생활하는 전유성씨가 말한 청도반시 유래는

조선시대 '내시' 로 임금을 모시던 사람이 은퇴해 이곳에 와서 감을 심었더니

"씨없는 감"이 나타났어.그것이 청도반시의 유래야.

실제 청도군 금천면 신지리에는 조선의 마지막 내시가

은퇴하여 살던 집이 있다고 한다.

 

청도 반시가 여기에온 경위는

약 460년전 새월마을(이서면 신촌리) 출신인 일청제 박호 선생(조선 명종 1545년)이

평해군수로 재임할때 그곳의 육질이 질긴 토종 감나무를

무우속에 꽂아 청도로 갖고와

육질이 다소 무른 청도감에 접을 붙여 개량한 것이 오늘날 청도반시의 원조라고 한다.

 

아침 여섯시에 출발하여 약 2시간30분 걸려 매전면 두곡리에 도착했다.

늦은 아침을 챙겨먹고 감나무 밭으로 올랐다.

 

감나무의 아랫부분의 시커먼 곳은 고욤나무에 접을 붙인것이고

즉 뿌리는 야생 고욤나무(기감나무)이고 윗부분은 청도반시이다.

중간에 옆으로 벤 흔적은 6월에 물이 너무 올라

낙과가 많이 발생하여 낙과를 방지하기 위하여 수관을 박피한 흔적이다.

감은 동의보감에 심폐를 부드럽게 하고

술의 열독을 풀고 위의 열을 억제한다고 했다.

술취한 사람이 감나무 아래에서 한숨 자고나면 술이 빨리 깨고 숙취가 없어진다고 한다.

 

감을 따서 담는 소쿠리다. 

소쿠리와 감따는 갈퀴가 달린 장대

눈사람 같은 감도 있다.

수확한 감은 한곳으로 모아서 감꼭지를 제거한다.

감꼭지는 감끼리 부딪치면 상처를 내어 상품가치를 떨어뜨려 반드시 제거한다.

감 수확중

주렁주렁 달린 감이 탐스럽다.

꼭지가 제거된 감은 상자에 담아  경운기에 실려 산을 내려온다.

 

아빠를 따라온 작은딸이 할머니와 같이 열심히 감꼭지를 따고있다.

이제 좀 쉬엄쉬엄 하세요 하니 

농촌의 일이 죽어야 끝난다고 한다.

가슴아픈 농촌의 현실이다. 

 

산 골짜기가 온통 감 밭이다.

지천이 감으로 널렸다.

 

까치밥이 아니라 손이 모자라 수확을 포기하기도 한다.

멧돼지와 산까치가 배터져 죽을 지경이다.

푸른 하늘과 감

경운기로 이동한 감은 선별기에 올려져 무게별로 구분되고

박스에 포장되어 집하장으로 간다.

당일 서울로 올라가는 감은 다음날 가락 공판장에 경매된다.

크기별로 10kg단위로 포장되며 

경락 가격이 10,000~25,000원 선이다. 

지천이 감이다.

진우씨 감이 뭐라고 생각 합니까 하니

감은 골병이다 한다.

그만큼 수확에 힘들다는 말이다.

우리 조상들은 감나무를 오절五絶,오상五常,오색五色이라 했다.

오절五絶

     수壽:나무가 몇백년을 살며 

                    무조소無鳥巢:새가 둥지를 틀지 않으며

무충無蟲:벌레가 없으며

                              가실嘉實:열매의 달기가 그보다 더한것이 없고

    목견木堅:나무가 단단하다.

오상五常

                  문文:단풍든 감잎으로 글쓰는 종이로 삼았으며

              무武:나무가 단단하여 화살촉으로 쓰였으며

                    충忠:겉과 속이 같이 붉으니 표리부동 하지않고 

             효孝:열매가 부드러워 노인도 먹을 수 있고

절節:서리가 내릴때까지 버틴다.

 

오색五色

흑黑:나무는 검고

  청靑:잎은 푸르르며

황黃:꽃은 노랗고

적赤:열매는 붉고

                                백白:말린 꽂감에 흰 가루가 난다고 했다.

손이 닿지 않는곳에는 긴 장대를 이용하여 딴다.

맑은 여울목에 비친 감나무는 꺼꾸로 자라고

하늘로 솟아오른 감나무는 구름위에 걸렸다.

개울가 양옆으로 나란히 있는 감나무는 가지가 부러질 만큼

열매를 달고 수확을 기다린다.

그래 내가 따주마.

안쓰던 근육을 쓰니 온몸이 쑤시고 아프다.

감은 골병이다 라는 말이 실감나는 하루였다.

 

이렇게 수확한 감은 모아져서 박스에 담겨 서울로 갈것이다.

애써 생산한 감이 제값받고 잘 팔려야 할것인데...

그래야 우리 농민들이 한숨 놓을건데.

 

날이 어둑해서야 작업이 끝났다.

연로하신 부모님 생각에 한나무라도 더 따기 위하여 노력하는

동료가 참 보기 좋다.

멀리 있어 자주 못오는 아들의 심정이 오죽 하겠나.

 

이른 저녁을 먹고 산책을 나왔다.

시골의 밤하늘은 별이 총총하다.

밝은 별을 보며 진실한 마음이 있었는지 스스로 자문해본다.

그리하여 깊은 산골의 밤은 깊어만 간다.

 

2012.10.6 매전면 두곡리에서 백세청풍 김용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