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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행복한 인문학 11 - 박경리의 삶과 문학

청풍헌 2011. 7. 19. 15:28

드디어 아쉽게도 인문학 수업 마지막 주입니다. 목요일이면 수료식이지요. 많이들 아쉬워 하면서 다음에 또 하자고 난리들입니다^^

오늘 강사분은 문학박사이신 통영의 충렬여자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입니다. 물론 박경리가 전문은 아니신 분이지만, 학생들과 함께 통영의 문인들을 연구하고 계시지요. 박경리 선생님이 첫번째였고, 지금은 김춘수 선생님에 대한 공부를 하고 계신답니다.

 

소제목은 통념에 맞선 반항아, 이단아 입니다. 집에 일꾼 하나 들인다는 개념으로 자기보다 연상의 여인과 결혼을 강요당한 아버지. 결혼 몇 년 후  그런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재혼마저 실패한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박경리는

 

나의 출생은 불합리 했다.....아버지는 죽는 날까지 어머니에 대하여 타인이라기보다 오히려 적의에 찬 감정으로 시종일관했다....나는 어머니에 대한 연민과 경멸, 아버지에 대한 증오, 그런 극단적인 감정 속에서 고독을 만들었고 책과 더불어 공상의 세계를 쌓았다                                                                                -[반항정신의 소산] 현대문학사편, 어문각.1962

 

로 술회하고 있다. 자신의 부모를 부정하며 자신을 고독하게 만들고, 새로운 부모상을 만들며 공상의 나래를 폈던 박경리.

생전 인터뷰에서 이문당 서점에서 쫓겨날 때까지 책을 읽었다던 어린 소녀의 가슴에 그런 가족사는, 또 그녀 자신의 결혼 생활 역시 기쁨은 잠시 한국전쟁으로 남편과 사별하고, 팍팍한 타향살이가 힘들어 고향으로 돌아와 살다가 또다시 스캔들에 휩싸여 고향을 떠나야 했던 그녀이기에 가슴 속 한으로 남아 글로 표출되었을 것이다.

 

김약국 딸들은 통영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회자되었던 소문들의 집대성이라 할 수 있단다. 나야 그 시대를 살았던 것도 아니고 통영에 있었던 적도 없으니 진짜인지 알 수는 없으나 같이 수업 들은 통영 토박이의 말을 들으면 그 어머니 세대에 그런 이야기들이 있었다는 건 사실이란다. 김약국 딸들 책이 출판된 이후에 통영의 정약국 집안 사람들이 박경리를 찾아와 노발대발 했다는 이야기도 들리긴 했다. 박경리는 소설은 허구라고 하며 무마시켰다던가..

 

김약국 딸들은 3세대에 걸친 실패한 사랑 이야기다. 사람을 가장 들뜨게 하고 아름답게 하는 것도 사랑이요, 사람을 가장 추악하고 절망하게 하는 것 역시 사랑이다. 실패한 사랑의 경우 그 사랑은 한으로 남는다. 그래서 이 김약국의 딸들은 끝까지 비극으로만 치닫는다. 남편과 사별하고 정부로부터 버림받는 큰 딸 용숙, 결혼을 전제로 만나던 홍섭이 가세가 기운 용빈대신 마리아와 약혼을 하고, 한돌과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정이 사랑으로 변한 용란은 강제로 결혼한 최연학대신 한돌과 어울리다 어머니와 한돌을 잃는다. 그런 용란에게 마음을 주었다가 용옥과 결혼한 기두는 시아버지의 겁탈 시도로 부산에 남편 찾아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배가 침몰하여 죽는 비극 속에서 아버지 김약국은 참으로 나약하고 소극적이다.

 

남성중심의 사회였던 당시 시대에 대한 반항으로 남자들은 그리 큰 비중도 그리 큰 역활도 없이 여성스러운 이미지로 그렸다 한다. 어쩌면 남성중심으로 돌아가는 사회였기에 어머니의 비극이 초래되었고, 혼자된 몸으로 살아가는 그녀 역시 사회에서 받는 차별과 설움이 컸을 것이다.

 

그냥 단순히 통영에 떠돌던 이야기들을 묶어 한 편의 소설을 써냈다는 것 보다는, 자신의 한을 심어 남성중심의 사회 통념 대한 반항으로 작품을 만들었다는 쪽에 더 무게를 둔다. 무릇 문학으로써 사회에 공헌할 힘을 발휘할 줄 알아야 작가라고 할 수 있지 않은가.

 

 

 

 

 

 

출처 : 토영 이야~길
글쓴이 : 파란하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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