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토요걷기

제24회 토요걷기(통제사길3) 진태재에서 여우에게 홀리다

청풍헌 2013. 12. 18. 22:11

 

걷지 않은 길은 죽은 길이다.예전 나무하고 소먹이러 다니던 길이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

필요에 의하여 걸었던 길이 불필요해져 걷지 않으니 길이 죽었다.

통제사길도 마찬가지다.죽은 길을 살려 놓았다.

좋은 길 훌륭한 길을 잘 살려 놓았으니 우리들이 열심히 걸어서 빛나게 해야 할 것이다.

사시사철 변화하는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길,걸어야 만 볼 수 있는 자연을 우리는 잊고 살았는지 모른다.

아프리카 탐험대와 원주민들의 이야기는 시사하는바가 크다.

짐꾼으로 고용한 원주민들이 영혼이 따라오지 못한다고 시간을 달라고 한 것은 빨리빨리 세대인 우리에게 필요한 마음이다.

 

통제사길!

이 얼마나 멋진 길인가?

30여명의 식솔을 거느리고 한양땅에서 천리길을 오던 길!

수 많은 이야기와 애환이 서려있는 이 길을 걷는 우리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 길은 한양에서부터 통영까지 오는 통영별로로써 조선시대 10대로중 한 갈래이다.

 

한양에서 출발한 통제사는 고성에서 하룻밤을 묵은후 통제영까지 하루 걸음으로 갔다.

객사를 나온 통제사는 고성읍성의 동문을 통하여 통영으로 향했다. 

고성읍성이 있었으나 거의 홰철되어 지명이나 옛지도에서만 확인 할 수 있다.

출발지인 고성 동문은 대로변의 사거리 어디쯤 이라고 한다.

길가에 세워진 각종 불망비들이 도로의 확장으로 고성남산 기슭에 모아 놓았다.

이곳에는 통제사 비석이 6기나 있다.

출발을 이곳에서 했다.

 

통영의 길과 문화를 연결하는 의미있는 모임인 통영길문화연대가 통제사의 흔적이 남아있는 이곳 남산에서 출발 하는것은 당연한 이치다.

언제나 처럼 비석 앞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출발했다.

올해들어 가장 춥다는 예보로 넥워머,장갑은 필수로 공지를 하고 도시락을 먹을려고 했으나

추운 날씨에 무리일것 같아 죽림에서 매식 하기로 했다.

그래도 추운데 쉬면서 간식은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겨울 하면 오뎅이 생각나 포차에서 국물만 어떻게 좀 안됩니까 하니 곤란하다하여 포기!

 

말티재를 넘어 아래땀의 엄나무가 심어진 집을 지나오며 이집에는 귀신이 범접 할 수 없겠다며 좀 처럼 보기드문 큰 엄나무를 보았다.

진주로 가는 국도 아래쪽 통로을 지나면 도이모텔이 나온다.

거가대교 생기기전 거제로 가는 유일한 국도인 국도14호선 대로변에 생긴 도이모텔은 한때 한번쯤 자보고 싶은곳이었다.

호텔을 지나 주유소끝나는 언덕에 김학준 효행 기실비가 있다.

 

 

도로를 건너면 집은 현대식 이지만 내용은 옛것인 이용원이 나온다.

6~70년대식 의자와 흰가운 입은 이발사 아저씨가 조용히 앉아 있다.

어린이는 이발 의자에 판대기를 얹어 앉히고 우는 아이 어르고 달래며 바리깡으로 빡빡 밀었으며

남자들은 면도 하는게 가장 인상에 남는다.

의자를 뒤로 젖히고 따뜻한 물수건으로 수염을 데우면 코끝에서 나는  삶은 수건의 특유한 냄새는 아직도 기억의 창고에 저장되어있다.

가죽밸트에 면도칼을 쓱쓱 물지르고 날을 세워 수염을 밀면 이상 야릇한 감정이 든다.

 

고성 월평리 들녘을 들어서면 넓은 들판에 시금치와 마늘을 심어 고성 통영의 시장에 공급된다.

홍류동 계곡은 가야산 해인사의 홍류동  만큼이나 깊은 계곡인데 홍류교라는 다리 이름으로  이곳이 홍류동임을 알 수 있다.

계곡물이 가득 흘러야 할 곳에는 정비작업이 한창이다.

 

진태재~

이곳을 여러번 넘었지만 넘을 때 마다 여우에게 홀린듯 하다.

아니 여우에게 홀린다고 해야 할 것이다.

통제사길1,2,3를 여러번 답사를 해도 일정한 코스가 있는 길인데 이곳 진태재 만은  올때마다 헷갈린다.

속설에 이곳에 진태라는 나무꾼이 낮잠을 자다 여우에게 물려 죽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진태재를 넘을 때 마다 머리가 쭈뼛해진다.

향토사 시그널을 여러곳에 매달아 놓았건만 여우가 떼갔는지 날머리에 한개만 보였다.

 

진태재를 우여곡절 끝에 넘어와 길에서 따뜻한 커피를 한잔 마셨다.

지난 향토사 회장님 회갑잔치에서 들었던 노래가 인상적이라 물어보니 리아킴의 "위대한 약속'이라는 노래인데 가사가 참 좋다.

 

http://www.youtube.com/watch?feature=player_embedded&v=X4vQcPbvg-8

 

 

위대한 약속

 

1.좋은 집에서 말다툼보다 작은 집에 행복 느끼며

  좋은 옷 입고 불편한 것보다 소박함에 살고 싶습니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오거나 때론 그대가 아플때도

  약속한 대로 그대곁에 남아서 끝까지 같이 살고 싶습니다

 

  위급한 순간에 내편이 있다는 건 내겐 마음의 위안이고

  평범한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벼랑끝에 보면 알아요

 

  하나도 모르면서 둘을 알려고 하다 사랑도 믿음도 떠나가죠

 세상에 살면서 힘이야 들겠지만 사랑하며 살고 싶습니다

 

2.위급한 순간에 내편이 있다는 건 내겐 마음의 위안이고

  평법한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벼랑끝에서 보면 알아요

 

  하나도 모르면서 둘을 알려고 하다 사랑도 믿음도 떠나가죠

  세상 살면서 힘이야 들겠지만 사랑하며 살고 싶습니다.

 

  위급한 순간에 내편이 있다는 건 내겐 마음의 위안이고

  평법한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벼랑끝에서 보면 알아요

 

  하나도 모르면서 둘을 알려고 하다 사랑도 믿음도 떠나가죠

  세상 살면서 힘이야 들겠지만 사랑하며 살고 싶습니다.

 

 

우리의 일상도 힘든 세상살이 이지만 노랫말 처럼 사랑하며 살고싶다.

아직 가을의 풍치가 남아있는 통제사길3를 걸으며...

 

2013.12.14 백세청풍 김용재

 

▲고성 남산 비석군 앞에서

▲말티재에 있는 고가

▲아래땀의 엉개나무

▲진주로 가는 국도 아래의 통로박스

▲으뜸 식당에서 보도 여행가 황안나님과의 이별이 생각나~

▲점빵

▲방앗간

▲열녀 최둘선 여사 추모비에서

▲월평리 들녘을

▲야무지게 여물고 있는 시금치

▲홍류교와

▲홍류천

▲드디어 진태재를 오른다.

▲서낭당을 지나

▲없는 길을 만들어 내려온다.(갸웃! 갸웃)

▲날머리에서 만난 반가운 시그날

▲대밭을 빠져 나온다.

▲세상 살면서 힘이야 들겠지만 사랑하며 살고 싶습니다.

 

▲가을의 흔적1

▲가을의 흔적2

▲원산리 들녘

▲연암김씨 박사공파 신도비

▲원산리 고인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