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통영섬 이야기

수우도 설운장군 사당

청풍헌 2014. 1. 20. 13:05

 

통영의 가장 서쪽 끝, 푸른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의 한 가운데에 위치해 있는 수우섬(樹牛島)에는 수백년 묵은 느티나무 아래에 작은 장군사당이 하나 있다.

지금도 매년 음력 10월이면, 마을사람들은 마을의 수호신인 설운장군의 사당에 모여 지극한 정성으로 당산제를 지내며 전래 영웅설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옛날 이 섬에 어느 가난한 어부가 살고 있었는데 슬하에 자식이 없어 늘 근심하고 있었다.

그래서 부인은 천지신명께 제발 아들하나 점지해 달라고 간절히 빌었다.

결국 오랜 치성이 효험이 있었던지 드디어 태기가 있더니 기다리던 아이를 낳게 되었다.

여느 아이들보다 몸체가 두배나 더 큰 똘똘하게 생긴 사내아이였다.

그후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 첫 돌이 지나자 놀랍게도 혼자 바다로 나가 헤엄을 치기 시작했다.

물 속에 들어가서는 고기들과 함께 헤엄쳐 다니다가 한참 후에야 바다 저 멀리에서 불쑥 올라오곤 했다.

이를 본 동네 사람들은 모두 감탄하며 궁벽한 작은 섬에 예사롭지 않은 아이가 태어났다며 좋아 했다.

그러던 어느날 곤히 잠든 아들 설운을 본 부인은 깜짝 놀랐다.

자세히 살펴보니 겨드랑이에 물고기의 호홉기인 아가미가 생겨났을 뿐 아니라 온 몸에 딱딱한 비늘이 돋아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특이한 신체적 조건으로 해서 바다 깊이 잠수해 마치 물고기처럼 헤엄을 칠 수 있었음을 비로소 알게된 것이다.

괴이한 아이를 낳았다고 하여 혹시나 동리에서 쫓겨날 것을 염려한 부인은 이 사실을 일체 발설하지 않기로 영감과 서로 엄밀히 약조했다.

설운은 점차 장성하여 어느덧 나이 스무살에 접어들고 있었다.

한편 이 무렵, 남해안에는 왜구의 노략질이 잦아지기 시작했다.

뭍에 올라 곡식을 약탈해 가더니, 이제는 전라도 곡창지대에까지 그 손길을 뻗쳤다가 이곳 수우도 및 사량도 앞 바다를 거쳐 일본으로 건너가는 일이 빈번해졌다.

이를 괘씸히 여긴 설운은 단신 바다로 뛰어들어 왜구를 무찔렀으며, 양곡을 다시 빼앗아 인근 섬사람들에게 모두 나눠줬다.

그리고 설운은 도술도 부리곤 했다.

수우섬과 사량섬 및 욕지섬(欲知島) 그리고 멀리 남해섬(南海島)까지를 훌쩍훌쩍 건너 뛰어 다녔으며, 산정에 걸터 앉아 큰 부채를 펴들고 살래살래 부채질을 하면 먼 바다 위로 지나가던 왜구의 해적선들이 바람에 이끌려 오고, 순순히 응하지 않는 고약한 놈들은 파도를 거세게 일으켜 배를 침몰시켜 버리기도 했다.

드디어 청년 설운은 이곳 바다사람들에 의해 남해를 지켜주는 ‘설운장군’으로 추앙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조정에는 반인반어(半人半魚)의 해괴한 괴물이 나타나, 오가는 어선을 괴롭히기 때문에 어부들이 무서워 고기잡이를 못하고 모두들 굶어 죽어간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이러한 왜구들이 퍼뜨린 소문에 의해 조정에서는 그 괴물을 당장 체포하라는 명령을 욕지도 호주판관(湖州判官)에게 내렸다.

결국 관군이 온 바다에 삼엄하게 깔리자, 억울하게 누명을 쓴 설운장군은 어부들을 모아 관군에 맞서 싸우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욕지도 관아를 역습하여 판관 부인을 납치해 절해고도 국섬(國島)에 숨겨두고는 아내로 삼았다.

어언 일년이 지나 자신의 아이까지 낳은 판관부인이기에 설운은 자기의 여인이 되었으리라 믿고 방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제껏 친절하게 대해 주면서도 설운의 약점을 살피며 탈출의 기회를 노리던 부인의 심중은 결코 헤아리지 못하고 있었다.

한번 잠이 들면 며칠을 곯아 떨어지고 마는 습성을 알아차린 부인은 어느날 몰래 산정에 올라 불을 지펴 봉화를 올렸다.

이를 신호로 알아차린 해상의 관군들이 급히 몰려와 잠든 설운을 생포하여 배에 실어 압송하는 도중, 그제서야 잠에서 깨어난 설운이 힘을쓰니 굵은 포승줄이 “뚝, 뚝”하고 끊어졌다.

놀란 관군이 칼을 빼 급히 내려쳤으나 목이 댕강 떨어지는가 싶더니 곧 제자리에 도로 붙는 것이었다.

이에 판관부인이 다시 내려치게 명하고는 숨겨둔 메밀가루를 잘린 목에 뿌리니 머리가 갑판위로 데굴데굴 굴러 떨어지고 몸뚱이가 몇번 꿈틀거리더니 서서히 죽어갔다.

이렇게 설운장군이 관군에 붙잡혀 죽자 왜구의 노략질은 다시 시작되었으며, 나라에서도 한동안 이를 막지 못해 그 피해는 날로 극성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 인근 해역의 섬사람들은 마을마다 설운장군을 바다의 수호신으로 모신 장군사당을 세워 억울하게 죽은 그의 혼백을 달래는 한편, 왜구를 무찔러 달라는 간절한 바람과 더불어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비는 제사를 지내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출전;통영시지(1999. 2. 통영시사편찬위원회)

 

 

 

 

 

 

 

 

 

 

 

 

 

 

 

 

 

 

 

 

 

2014.1.10 통.섬 수우도 설운장군 사당에서 백세청풍 김용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