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토요걷기

제41회 토요걷기(통제사길1,2) 農者天下之大本 황금들녘을 걷다.

청풍헌 2014. 10. 19. 18:50

연속적인 연휴와 개인적인 사정으로 몇 차례 토요걷기가 연기 되었다.

여러 통영의 길이 있지만 가장 통영스런 길 중 하나인 통제사 길을 걷기로 했다.

지금 정도면 황금들녘이 넘실거리는 월평들과 원산들, 노산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두 구간을 걷기로 하고 공지를 했다.

사실 토요걷기 중 가장 먼 거리다.

18km 6시간 예상이다.

즉 고성 남산에서 죽림 시외주차장 까지다.(통제사 길1~2구간)

 

시외버스 주차장에서 5명이 고성으로 버스를 타고 출발했다.

고성에 내리니 오늘이 고성 장날이라 구경을 했다.

뻥튀기에서 부터 텃밭에서 수확한 것을 들고 나온 할머니들의 장보따리와 생필품들...

예나 지금이나 고성 장날은 문전성시를 이룬다.

로컬 푸드의 장터였다.

 

고성 남산은 통제사 길의 시발점이다.

원래 고성 동문에서 시작되는 통제영 행렬은 말티재를 넘어 도둑골을 지나 월평리로 접어든다.

그러나 지금은 남산에 모아놓은 통제사 비석 앞에서 통제사의 길이 시작된다.

남산골에 모아놓은 통제사의 비석을 해석 하여 안내판을 세웠다.

한문세대가 아닌 사람들은 어떤 내용인지 모른다.

친절한 고성군에서 비문을 번역하여 안내해 놓았다.

 

남산을 가로질러 넘었다.

큰 엄나무가 지키는 민가 앞에서 도깨비 이야기며 귀신 이야기를 했다.

담 넘어 온 무화과는 꿀맛이다.

월평 이발간 앞 마당에는 각종 화초가 자란다.

관상용 가지와 목화가 있으며 구지뽕도 있다.

 

일전에 연대도에서 본 꾸지나무와 꾸지뽕은 엄연히 구별 된다.

열녀최둘선여사추모비에서 간식타임을 했다.

통상 열녀는 허벅지 살을 베어 먹이거나 손가락을 깨물어 피를 흘려 남편을 소생을 시켰다.

뒷면을 자세히 읽어보니 역시나 허벅지 살을 베어 먹였다는 구절이 있다.

여인들이여 효부 열녀가 되고자 한다면 허벅지를 키워라.

 

월평리 들에는 시금치가 많이 자랐다.

시금치를 수확하는 금실 좋아 보이는 시골 농부와 이야기 했다.

복분자네, 산딸기네 의견 분분하게 나누다 보니 진태재가 다가왔다.

 

진태재!

나는 10여차례나 이 재를 왔지만 한번도 재대로 넘은 적이 없다.

이 고개는 여우가 산다하여 여우고개라 했는데 지금도 곳곳에 굴이 있다.

여우에게 홀린 듯 이 고개를 넘을 때 마다 길을 잃어 헤매였다.

폐각공장의 방치로 별일 없이 넘었는데 공장으로 진입하니 큰소리가 났다.

 

왜 남의 사업장을 무단으로 들어오시나.

이 길이 옛길인데 답사를 한다하니 사유지이므로 안 된다고 한다.

사무실에서 내려와 자세히 보니 예전 경상대 사진반에서 동문 수학한 임사장이다.

어디서 많이 본 분인데 생각 했었는데...(당시에는 안면만 있고 자세히 생각이 안 났음)

매력적인 목소리에 국장님이 목소리가 좋다하니 성질은 더럽다고 엄포를 놓는다.

어차피 공장이 돌아가면 갈 수 없으므로 공장 입구의 산소로 올랐다.

 

진태재 진입 초부터 난관에 부딪쳤다.

그래도 고개 능선만 올라서면 성황당 까지는 갈 수 있으므로 길을 헤쳐 나갔다.

낫으로 잔가지를 제거하면서 약간의 두려움을 안고 올라갔다.

드디어 성황당을 만났다.

향토사 시그널이 노란색으로 쉬 구별이 안 되어 불편하다.

이곳에서 부터 잘 찾아야 진태재를 넘을 수 있다.

불안감이 엄습했다.

아무리 시그널을 찾아도 보이질 않고 길은 헷갈렸다.

오르락내리락 여러 차례 하다가 드디어 출구를 찾았다.

역시 이 진태재는 나에게 시련을 주었다.

언젠가 시그널을 준비해 완벽히 붙이고 말거라 다짐해 본다.

 


 

▲황금 들녘

▲고성 장날의 풍경

▲출발은 조촐하게

▲구지뽕 열매는 맛있다

▲시금치를 수확하는 월평리 농부


소장님과 아내가 원산에서 기다린다 하여 속보로 갔다.

오산을 가지 않고 아래쪽 농로를 이용하여 가로질러 갔다.

원산 숲에 오니 보이지 않아 전화를 하니 오산에 계신다고...

서로 배려 하다가 길이 엇갈렸다.

 

원산 숲에서 합류하여 광덕사 쪽의 통제사 길로 접어들었다.

이 길은 사라졌었는데 도산면장 이충환씨가 복원했다.

초입에는 연암김씨 *** 정부인 열녀비가 있다.

이분도 허벅지???

 

광덕사 우측 소류지 옆으로 길을 내었다.

이 길도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는 않는다.

일부러 통제사 길을 복원 했으니 우리라도 열심히 걸어야 한다.

나무가 쓰러져 길을 막았다.

낫으로 이리저리 길을 틔우고 올랐다.

과연 경사가 가팔랐다.

오횡묵의 함안총쇄록에 가마에서 내려 하늘을 오르듯이 올랐다는 말이 실감났다.

 

고개마루의 정자에서 점심을 먹었다.

여럿이 둘러 앉아 먹는 점심은 꿀맛이다.

지금부터는 내리막이다.

크린워킹을 위하여 쓰레기 봉투를 나누어 주고 임도를 따라 내려갔다.

길가에는 이름모를 풀꽃이 유혹을 하고 철 지난 어름은 흔적도 없다.

 

구현겸 통제사 마애비도 잘 있으며 몰자비도 그대로다.

관덕 저수지에서 바라본 한퇴골 들녘은 일부 수확을 했으며 나머지는 황금 들판이다.

저수지를 내려서면 가슴 아픈 광경이 보인다.

 

한퇴골 석산!

수많은 문제점을 안고 허가가 났다.

주민들의 메아리는 허공으로 흩어지고 포크레인과 사무실이 들어서고 있었다.

아름드리 소나무가 베어지고 언덕으로 길이 나나보다.

황금박쥐도 소용없다.

돈 밖에 보이는 게 없나보다.

이 통제사 길을 걸으며 두고두고 볼 것이다.

 

▲진태재를 빠져 나오며 안도의 한숨을 

▲통제사 옛길에 있는 열녀비

▲3명이 합류하여 8명이 되었다.

▲광덕사에서 한컷

▲길을 가로막은 아카시 나무

▲가파른 고개를 오른다.


▲구현겸 통제사비는 그대로 서있다.


▲관덕 저수지 뷰 포인트


▲진입로인듯

▲잘려진 나무들

▲황금 들판과 잘려진 나무들


길가에는 수확한 나락을 말리고 있다.

나락은 무었이며 벼는 무었인가?

나락은 경상도 지방의 사투리란다.

벼는 벼과의 한해살이 풀로 줄기는 속이 비고 마디가 있으며 열매를 찧은 것을 쌀이라 한다.

그러면 도로에서 말리는 것은 벼의 열매다벼 열매를 말린다???

나락이지 뭐귀신 씨나락 까먹는다는 말이 있다.(이치에 맞지 않는 허무맹랑한 소리)

 

볏짚을 일부는 사료용으로 공룡알처럼 말았으며

일부는 으로 돌려주기 위하여 태우고 있다.

예전에는 볏짚을 지붕 이는데 사용하기 위하여 이영을 엮느라 겨울 한 철 쉴 틈이 없었다.

이 황금 들판이 내년에도 또 후 내년에도 영속적인 생산이 되길 바래본다.

 

한퇴골을 내려오면 노산이다.

노산의 유적은 암행어사 조석여 휼민비와 조경 통제사 매치비,

김해김씨 가락국 종친회 열녀비와 공권수 공덕비가 있다.

조경 통제사 매치비는 시청에서 옮겼다.

앞의 상석은 뒤집어 보니 아무런 글귀가 없어 그냥 두었다고 한다.

 

노산 숲과 염장 조대용 선생의 작업장을 지나 고속도로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예전에는 노산농협까지 바닷물이 올라왔을 것이다.

물길이 올라오는 다리아래에 학꽁치와 숭어가 있다.

태풍의 영향으로 바람이 심하게 불고 바다가 뒤집혔다.

바람이 빗질한다는 머릿결을 흩날리며 죽림으로 들어섰다.

구름님의 제안으로 막걸리 한 사발 마시고 헤어졌다.


▲나락이다, 벼다 설왕설래한 벼 열매?

▲암행어사비도 깨끗하게

▲어도

▲태풍의 영향으로 바람빗질 당하는 두 도반들


통제사 길은 통영에만 있는 좋은 길이다.

이 길가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숨었다.

도란 도란 걷는 숲길이 있으며 때로는 길을 잃기도 하고

황금 들판을 거닐기도 하며 사계절 변화하는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길이다.


2014년 10월 11일 통제사길 1~2를 걸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