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이순신

경남의 백의종군로8(삼가-대양면) 아침에 고을 사람들의 밥을 얻어 먹었다는 말을 들었기에 종들을 매질하고 밥한 쌀을 돌려 주었다

청풍헌 2015. 9. 2. 23:28

꿈자리가 사나웠다. 

산사태가 나서 아는 사람이 떠내려갔다. 

아이가 아파 입원을 했는데 깊이 생각하다 보니 그런 꿈을 꾸었나 보다. 

긴장되고 조심스럽다. 

무사히 답사를  마쳐야 할 건데... 이제 두 번 남았다. 

아무 탈 없이 완주 하는 것이 목표다. 

오늘은 착량님과 함께 행동했다. 

8시 새터시장에서 시락국을 먹고 출발했다. 

전날 불타는 금요일을 보내고 이 생각 저 생각에 잠을 설치고 악몽을 꾸었나 보다. 


6월 2일 

비가 오다 개다 했다. 일찍 출발하여 단계 시냇가에서 아침밥을 먹었다. 늦게 삼가에 이르니 삼가 현감은 이미 산성으로 가고 없어서 빈 관사에서 잤다. 고을 사람들이 밥을 지어 갖고 와서 먹으라 하나 먹지 말라고 종들에게 타일렀다. 삼가현 5리 밖에 홰나무 정자가 있어 내려가 앉았는데 근처에 노순, 노일 형제가 와서 만났다.

6월 3일 

비가 계속 내렸다. 아침에 출발 하려다 비가 이토록 오니 쭈그리고 앉아 고민하고 있을 때쯤 도원수의 군관 유홍립이 흥양에서 왔다. 그에게 길을 물어보니 출발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하여 그대로 묵었다. 아침에 고을 사람들의 밥을 얻어먹었다는 말을 들었기에 종들을 매질하고 밥한 쌀을 돌려주었다. 

6월 4일 

흐리다 맑음. 일찍 출발하여 막 떠나려는데 현감(신효업) 이 문안 편지와 함께 노자까지 보내왔다. (중략)


목적지인 대양면사무소에 주차를 하고 버스를 타고 삼가로 이동했다. 

삼가현청 빈 관사에서 장군은 이틀을 잤다. 

착량님과 함께 기양루를 확인하고 다시 현청으로 왔다. 

현청 빈 관사가 어디쯤일까? 삼가면사무소터는 상당히 넓다. 

정유재란의 분위기가 확연한 이 때 청야작전으로 삼가 현감은 악견산성으로 가서 만나지 못했다. 

다음날 떠날려고 하니 비가 너무 내려 하루밤을 더 머무른다. 

삼일째 일찍떠나 괴목정에서 아침을 먹는다. 


삼가를 빠져나오면 오래된 다리와 최근에 놓은 다리가 같이 있다. 

다리의 교각을 비교할 수 있게 신, 구 다리가 나란히 세워져있다. 

인도가 없는 편도 1차선은 차량통행이 많다. 

대형차들이 씽씽 달린다. 매연과 소음을 피하여 뚝방길을 걷자 하고 옆길로 빠졌다. 

그러나 얼마가지 않아 길은 합류되고 말았다. 

더위와 소음과 땀과의 전쟁이다. 4차선과 2차선을 넘나들며 걸었다. 


백의종군로를 시작 할 때 비릿한 밤꽃은 어느새 가시를 세워 여물어지고 있다. 

무논에는 벼가 익어 고개를 숙이고 김장배추 파종에 분주하다. 

길가 가로수로 심겨진 무궁화가 활짝 피었다. 

아름다운 우리나라 꽃이다. 

이 길은 무척 심심한 길이다. 

본래의 길은 4차선 국도에 잘리고 끊어졌다. 

4차선으로 올라 왔는데 옆에 구도로가 보였다. 

내려갈 길이 없다. 겨우 수로를 타고 언덕을 가로 질러 내려갔다. 


장전마을 입구 정자나무 아래 벤치에서 남은 간식을 먹고 힘을 내어본다. 

큰 고개를 하나 넘으니 독립지사 묘소 안내판이 있으며 한참을 내려가다 어느 비닐하우스에 화장실이 보여 허락을 받고 들어갔다. 

백의종군로 답사한다고 하니 들어와서 시원한 물이나 한잔 마시고 가라하여 들어가니 난 농원이다. 

산에서 채취를 하여 기르고 판매 하는 농원이다. 

커피까지 대접 받고 나왔다. 


지루한 아스팔트를 걷기가 힘들다. 

더군다나 새 신발을 신고 왔는데 볼이 좁아 발이 고통스럽다. 

후덥지근한 날씨와 싸워야 하니 정말 힘들다. 

고지가 보인다. 대양면으로 접어들었다. 

무척 심심한 길을 터벅터벅 걸어서 16.5km를 왔다. 무려 5시간 30분소요 되었다. 

간단한 인증 사진을 찍었다. 


아이가 입원한 옥포의 대우병원에 가야 하는데 아내와 통화하여 기다리라 하고 마지막 구간 점검에 나섰다. 

많은 회원들이 참여 할 것이라 하는데 미리 답사를 해야 한다. 

괴목정? 개벼리? 모여곡? 이어해? 초계? 매실마을 등등을 상상하며 물어서 찾아갔다. 

매실마을에 도착하여 지역 안내자인 이강중님에게 연락하니 읍내 출타중이라 다음 주 토요일 연락하기로 약속하고 귀갓길에 나섰다. 

네비를 검색하니 약 110km 나온다. 

피곤 하지만 조심했다. 

끝까지 꿈자리가 생각났다.


착오로 참석하지 못한 이경준님, 남명손서님, 정경달님에게 미안함을 전한다. 

여러분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업고 마지막까지 왔다. 

유종의 미를 기대한다. 

이 길을 걷고 나에게 무엇이 남을까?




2015.8.29 경남의 백의종군로8(삼가-대양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