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토요걷기

제68회 토요걷기(함양 선비길) 맑은 물과 바위, 새싹과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였다

청풍헌 2016. 5. 1. 22:32

올 들어 두 번째 외유에 나섰다

함양 선비길이다

수 년 전 친구와 같이 탐방 했던 길이다

벚꽃이 지고 철쭉이 피는 계절이다

사실 꽃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연둣빛 푸름이다

나도 이런 시절이 있었었나

연두는 너무나 편안함을 주었다

가녀린 잎사귀를 내밀어 풍파의 세월 앞에 온몸을 내던지며 변해갈 것이다

지난번의 비로 수량이 많이 불었다

계곡은 수량이 많아야 제 맛이 난다

새싹이 올라온 연두는 힘찬 물줄기와 더불어 자연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거연정에 왔다

깨끗하게 보수되었다

가운데 분합문을 달아 독립공간을 두었으며 입구의 다리도 잘 정비 되었다

맑은 물과 바위, 새싹과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였다

그래 수채화다

눈 속에 머릿속에 넣자

아 좋다

군자정에 왔다

너럭바위 워에 지어진 군자정은 군자의 도리를 생각하는 정자다

군자의 도리란 무엇인가


전화가 왔다

어머니 전화였다

낙상을 해 병원에 계신단다

연로한 부모님이 계시니 멀리 가기도 부담된다

다행히 많이 다치진 않으셨다 하니 가면 곧 들르겠다 하고 일정을 진행했다


다리를 건너니 겹 벚꽃이 활짝 피어 유혹했다

왕 벚꽃 사이에 심어진 겹 벚꽃은 버찌가 커 가는 연초록 잎사귀 사이에 화려한 꽃잎을 보여준다

데크 길로 들어섰다

좌우에 싱그러운 풀색이 어우러졌다

야생화가 반기는 데크 길을 가니 영귀정이 나왔다

이곳은 개인 사유지로 깨끗한 정원과 자연이 어우러진 멋진 곳이다

계곡의 맑은 물소리와 노송, 파릇한 잔디밭, 푸른 하늘은 신선의 세계다

이곳에서 살아 봤으면


한참을 지나면 사과밭이 나온다

사과 꽃이 한창이다

꽃이 피니 벌 나비가 찾아들고 열매가 되고 뙤약볕에 사과가 영글어갈 것이다

가지의 수형을 잡기 위해 추를 달아 놓았다


넓은 너럭바위에 왔다

자연의 물소리가 시원했다

여기서 각자 소개를 하려다 자연의 소리에 묻혀 그냥 앉아 있었다

한없이 바라보는 것만으로 힐링이다

시원한 바람과 실록, 물소리와 새들의 노래가 있으니 이곳이 선계로다.

 

동호정에 왔다

징검다리를 건너 동호정으로 가야하는데 물이 불어 갈 수 없다

멀리서 바라볼 수밖에. 아쉽다

가장 웅장하고 좋은 정자인데

많은 시문이 걸려 있고 앞의 넓은 너럭바위는 백여 명이 앉아 놀 수 있는 큰 바위다

통나무로 깎아 만든 사다리는 오랜 세월을 말해주는데 아쉽다


수량이 불어 곳곳에 폭포를 이루었다

온갖 야생화가 꽃대를 올리고 피었다

산수국은 작년의 말라죽은 꽃대를 보고 유추할 수 있다

작은 꽃잎 속에 한 마리의 나비 같은 큰 꽃잎이 있다

산수국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꽃이다


호성마을을 지나면 흙길이다

새로 심은 편백나무는 언제 자라 숲을 이룰 것인가

제비꽃민들레가 반기는 아름다운 흙길이다

이런 길이라면 지구 끝까지 갈 수 있으련만


어느 듯 종점이 다가왔다

농월정이다

복원된 농월정은 옛 맛이 없다

달을 희롱하며 노니는 곳(弄月)이라 

앞의 너럭바위와 잔잔한 수면위에 떠오른 달을 바라보면 

시 한수가 절로 나올 것이다

막걸리 한 사발이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이곳도 역시 건너갈 수 없다

바위는 폭포를 이루어 물이 세차게 흐른다

농월정 앞 너럭바위에 멋진 시문이 있었는데 볼 수 없어 아쉽다


늦봄 찾아간 선비 길은 온통 연두 빛 세상이었다

년 중 가장 좋은 계절이다

뭇 생명이 탄생하고 새싹이 돋는 아름다운 계절이다

선비 길은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2016.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