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문화재추용호소반장공방지키

페북3

청풍헌 2016. 6. 1. 00:39

계속되는 주말 근무로 몸이 좋지 않아 하루 휴가를 낸 사이, 통영에서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무형문화재 추용호 소반장의 선대부터 내려온 공방과 생가터가 통영시의 도로계획에 의해 강제철거당하고 만 것이다. 

소식을 접하고 지역신문 기자들에게 사실여부를 확인하고, 지인들의 페북을 뒤졌더니 '집행'이라는 붉은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좁은 공방에서 짐을 빼고 트럭에 옮기며 통영12공방 소반장인의 뿌리를 뽑아내고 있었다. 

공방이 헐리면서 그 옆 윤이상 생가터도 도로로 뒤덮이게 된다는 이 기막힌 사실이 문화예술 도시 통영에서  자행된 것이다. 

수백 년 고이 지키고 가꾸어서 우리에게 물려준 이 문화예술자산은 이렇게 공권력으로 마음껏 해체하고, 없앨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함께 누리고 공유해야 할 우리 모두의 공공재이거늘, 도대체 무슨 권리로 이런 짓을 한단 말인가. 

통영시민들의 지속적인 서명운동뿐 아니라 문화재청에 청원까지 들어갔는데 수수방관한 문광부도 야속하긴 마찬가지다.  


문화예술 도시를 표방하면서 한 나라의 무형문화재를 이렇게 홀대하고, 윤이상을 앞세운 통영국제음악제로 상당한 수익을 얻는 통영시가 윤이상 생가터를 도로로 덮어 흔적조차 없애버리는 작금의 현실. 

우리가 통영12공방 장인들을 알리기 위해서 장인지도를 만들고 공방투어를 시작한 것도 이같은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 분들이 꿋꿋하게 제 자리를 지켜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그 가치를 모르고 수백 억을 줘도 살 수 없는 이 보물을 때려부수다니. 

하루아침에 선대가 물려준 집과 공방을 잃은 소반장인은 당장 거처도 없이 눈물을 흘리며 아픔을 삭히고 있다. 

한 나라의 무형문화재가 처한 이 통탄할 현실을 목도하면서 오늘 정말이지 첨으로 통영을 뜨고 싶어졌다.


2016.5.30  남해의 봄날 정은영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