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난중일기 필사

난중일기 필사 102~113일차

청풍헌 2017. 6. 18. 11:28

102일차

9일 갑자, 하루종일 굳은 비가 내렸다. 원식이 만나고 돌아갔다. 

10일 을축, 맑음. 아침 식사 후 출항하여 사량으로 갔다. 낙안 사람이 행제소에서 와서 전언 하기를 "명나라 군사들이 이미 개성까지 왔는데, 연일 비가 와서 길이 질어 행군 하기가 어려우므로 날이 개기를 기다렸다가 서울로 들어가기로 약속했다. "고 한다. 이 말을 듣고는 매우 기쁘서 뛰며 어쩔줄 몰랐다. 첨사 이홍명이 와서 만났다. 


103일차

11일 병인, 맑음. 아침 식사 후 원수사와 이수사가 와서 함께 이야기하며 술도 마셨다. 원수사는 몹시 취하여 동헌으로 돌아갔다. 본영의 탐후선이 왔다. 돼지 3마리를 잡아왔다. 


104일차

12일 정묘, 맑음. 아침에 각 관청에 공문을 작성하여 보냈다. 본영의 병방 이응춘이 사출#1을 마감하고 갔다. 아들 염과 나대용, 덕민, 김인문 등도 본영으로 돌아갔다. 식후에 전라우영공의 사처 방에서 바둑을 두었다. 광양현감이 술을 마련해 가져왔다. 삼경에 비가 왔다.

13일 무진, 비가 크게 내리다가 늦은 아침에 개었다. 이영공과 첨사 이홍명이 바둑을 두었다. 

14일 기사. 맑음. 여러 배로 배 만들 재목을 보냈는데 다 운반 하고서 왔다. 

15일 경오, 맑음. 우수백이 이곳에 왔다. 여러 장수들이 활을 쏜 성적을 보니 우리편 장수들이 이긴 것이 60분分이다. 그래서 우수사가 떡과 술을 장만하여 왔다. 저물녘에 비가 크게 내리더니 밤새도록 퍼부었다. 

#1 사출(斜出): 개인 소유권이나 어떤 권리를 증명하는 문서를 관아에서 작성하여 내어 준 것. 홍기문은 이를 "처벌한 서류"라 하고 이은상은 :공문"이라 해석했다.


105일차

16일 신미, 늦게 갬. 여러 장수들이 또 활을 쏘았다. 우리편 여러 장수들이 이긴 것이 30여분 이었다. 원 영공도 왔다가 크게 취하여 돌아갔다. 낙안 군수가 왔기에 고부로 가는 편지를 주어 보냈다. 


106일차

17일 임신. 맑음. 거센 바람이 종일 불었다. 우수사와 함께 활을 쏘았다. 모양이 형편 없으니 우습다. 신경황이 와서 유지를 전하는데 선전관(채진, 안세걸)이 본영에 왔다고 했다. 바로 돌려 보냈다. 

18일 계유, 맑음. 거센 바람이 종일 불어 사람들이 함부로 출입하지 못했다. 소비포 권관과 아침을 먹었다. 우수사와 같이 장기를 두었는데 이겼다. 남해현령도 왔다. 저녁에 돼지 한마리를 잡아왔다. 밤 이경에 비가 왔다. 


107일차

19일 갑술, 비가 내렸다. 우수사와 함께 이야기했다.

20일 을해, 맑음. 우수사와 함께 이야기 했다. 오후에 "선전관이 유지를 가지고 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21일 병자, 맑음.

22일 정축, 맑음.


108일~113일차

감결(甘結,하급 관청에 내린 공문)을 지은 일. 이제 섬 오랑케의 변란은 천고에도 들어보지 못한 것이고 역사에도 전해진 적이 없는 일이다. 영해의 여러 성들은 적의 위세만 보고도 달아나 무너지고 각 진의 크고 작은 장수들도 모조리 뒤로 물러나 움츠리니 쥐새끼가 산골에 숨어버린 것 같다. 임금의 수레는 서쪽으로 피난을 가고 연이어 삼경(평양, 개성, 한양)이 함락되었다. 종사가 풍진을 입어 2 년간 폐허가 되니... .

약속한 일: 천고에도 들어보지 뭇한 흉변이 우리 동방예의지국에 갑자기 닥쳐왔다. (그러나 민심이 견고하지못하고 왜적이 삼경을 함락하자 백성들이 도탄에 빠져 적병을 겨우 근경에서 대하면 그들의 위세를 보기만해도 먼저 무너지니 모든 군량을 나르는 길이 왜구를 돕는 및바탕이 되어버렸다.) 영해의 여러 성들은 적의 위세만 보고도 달아나 무너지니, 적이 석권하는 형세가 되어 버렸다. 임금님의수레는 서쪽으로 옮겨가고 백성은 짓밟혀 살육을 당하고 연이어 삼경이 함락되고 종사가 페허가 되니 오직 우리 삼도수군은 의리를 떨쳐 목숨을 바치려 하지 않은 이가 없건만 기회가 알맞지 않아 뜻한 바람을 펴지 못하였다. 이제 다행히 명나라 조정이 천하 대장군 이 도독을 파견하니 10만 병마를 거느리고 왜적을 소탕하여 멀리 몰아내고 이미 삼도를 회복 하였다고 하는 바, 신하된 자는 너무 기쁘서 날뛰며 무어라 말할 바를 모르고, 또 죽을 곳도 알지못 하고 있었다. 위에서는 연이어 선전관을 파견하여 숨은 적들을 막아 살육하여 한 척도 돌려 보내지 않게 하시고 또 간곡한 하교가 5일 만에 재차 이르렀는데, 한창 충성을 떨치고 한 몸을 바칠 때이다. 그러나 어제 적을 만나 지휘할 때 교묘히 피하여 주춤 하는 자들이 많아 매우 통분 하였다.즉시 마땅히 규율에 따라 처벌하려 했으나 이전 일이 많고 또한 삼령의 군법이 있을 뿐 아니라 더욱 힘을 내어 병가의 일에 힘쓰라고 분부 하셨기에 우선 그 죄를 용서하고 적발하지 않았다. 감결안에 사연을 갖추었으니 일일이 받들어 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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