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토요걷기

제123회 일요걷기(거제 사또길)좋은 사람들과 좋은 곳에서 좋은 차를 마신 행복한 하루였다.

청풍헌 2019. 5. 21. 00:18

통영 원문은 걷기의 중요한 기점이다. 통제사 길의 출발점이요, 종점이다. 덕포리 해안 길의 기점이고 용호리 길의 시작점이다. 또한 거제 사또 길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사통팔달 중심에선 원문은 그래서 중요하다. 많이 퇴색되었지만 지금도 원문은 중요한 위치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오늘도 원문에 모였다.

 

작년 이맘때 사또 길을 걸었다. 길을 걸으며 눈에 거슬리는 쓰레기가 많았다. 오늘은 개인 봉지를 나눠주고 거슬리는 쓰레기를 담도록 했다. 원문마을로 내려와 성문터와 오횡묵 비의 위치와 우물, 지창(紙倉) 등을 가늠하고 거제 가는 길로 방향을 잡았다.

 

언덕을 올라오면 벚나무 가로수가 반긴다. 도로 쪽은 가지치기 했으나 언덕 쪽은 그냥 두어 자연 상태로 능수버들처럼 늘어져 벚꽃이 피면 장관을 이룬다. 내년 봄에는 이곳에서 벚꽃을 감상하시라 권했다.

 

장문리 가는 길은 인도를 새로 만들었다. 인도가 없어 걷기에 매우 불편했었는데 이렇게 번듯하게 인도가 생겼으니 걷는 사람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반갑고 기쁘다.

 

대안마을 입구의 노거수는 마을의 역사를 말해주며 아름다운 주택의 정원에는 기화요초가 만발했다. 마을회관 정자에서 쉬면서 고개를 넘을 만발의 준비를 했다.

 

자주 다니던 길이 아니라 걱정되었다. 낫을 들고 앞장섰다. 작년에 달았던 시그널이 희미하게 보여 앞으로 진행했다. 약간의 두려움을 안고 정글을 탐험하는 기분으로 수풀을 헤치고 오르니 고개가 나왔다. 서낭당 돌무지 앞에서 사진을 남기고 고개를 넘으니 소주 알바람이 불어왔다. 얇은 돌이 깔린 내리막길을 내려와 유자 밭을 나왔다.

 

음촌을 지나 나전공방으로 갔다. “결대로공방은 통영 길 문화 연대 운영위원인 신미선님의 공방이다. ‘수줍은 외출로 문화재청장상을 받은 실력 있는 공예가다. ‘수줍은 외출은 나전과 누비의 콜라보레이션이다. 이랑협동조합과 협업한 텀블벅에 참가했다. 통영 섬의 강정을 형상화한 작품인데 의미 있는 좋은 작품이다. 전통이란 한 곳에만 머물게 아니고 함께 즐기고 느낄 수 있도록 밖으로 나와야 한다. 그런 면에서 신미선 공예가는 끼를 마음껏 발휘하는 것 같다.

 

두타사로 이동하여 점심 공양을 했다. 절밥이 처음이라는 노교수님은 비빔밥을 맛있게 드셨다. 이곳에는 통영해병대 상륙작전에서 전사한 호국영령들을 모신 곳이다. 또한 위안부 할머니도 모셔져 있다. 그래서 그런지 시장과 국회의원 및 시의원들이 총출동했다. 주지 스님이 능력이 있나 보다.

 

논싯골로 넘어갔다. 이곳은 수년 전 억수 같이 비를 맞고 부추 밭으로 들어갔던 기억이 있는 곳이다. 그때 함께했던 회원이 두 분이나 있다. 원평과 밤개를 지나 견유를 거처 몽하로 왔다. 몽하(몽돌하우스)는 견내량이 내려 보이는 멋진 찻집이다. 벤치에 앉아 차를 마셨다. 신입 회원인 윤정씨가 모히또라는 차를 시켰다. 허브 차 종류인데 럼주를 섞어 마시는 차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곳에서 좋은 차를 마신 행복한 하루였다.


 

2019.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