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6회 지리산 둘레길 이어 걷기(수철-성심원) 버리면 채워질 것이다
지리산 둘레길 이어 걷기가 여섯 번째다. 지난 산티아고 순례길 갔다 온 이후 여행 몸살로 인하여 심하게 앓은 후 실시하는 걷기이다. 장마철로 인하여 비가 오락가락했다. 일요일도 우천이 예보되어 걱정되었다. 특히 수철 성심원 구간의 선녀탕은 계곡을 건너야 한다. 지리산 계곡물은 갑자기 불어나면 고립된다고 하는데 로프를 구해가야 하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일어나지 않는 일을 미리 걱정하지 말자. 안되면 돌아가면 된다. 12km 코스와 16km 코스가 있는데 12km 코스는 2018년 통영 별로 걸을 때 내가 낙오한 구간이다. 그때도 오늘만큼 더웠다. 16km 구간은 수년 전 지리산 가을 소풍 때 걸었던 코스다. 단풍과 흙길이 아름다웠던 추억이 있는 길이다. 점심 식당과 거리를 생각하여 16km 코스로 정했다.
산청휴게소를 지나 수철마을로 갔다. 수철마을의 탁족 하던 시냇가는 장맛비로 인하여 수량이 제법 불어났다. 클린 워킹 봉지와 새로 만든 시그널을 부착하고 산티아고 기념 뺏지도 나눠주고 파이팅을 외치고 출발했다. 별생각 없이 아래로 내려오는데 택시가 오더니 이쪽 길이 아니란다. 위쪽으로 올라가 좌측으로 가라고 일러주었다. 지도를 확인하니 우리가 모였던 장소에서 위로 올라가는 길이다. 햇볕과 구름이 번갈아 비치며 무더웠다. 잘 손질된 논둑길을 걸어 농로로 나왔다.
산청 한방 항노화 일반 산업 단지를 조성하는 공사장 안으로 둘레길 코스가 있다. 그곳을 지나려니 질척거렸다. 마침 지나가던 포터 차량이 있어 은근히 태워줄 것을 눈빛으로 요청하니 흔쾌히 허락하여 공사장 진흙 길을 트럭을 타고 통과했다. 이런 맛은 이런 곳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더웠다. 마을 앞 정자에서 쉬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특히 산티아고에 대하여 여러 궁금한 점을 물어와 무용담처럼 이야기했다.
산청읍 내로 접어들었다. 고속도로 교각 아래에서 휴식을 취하고 우리가 예약한 식당을 향하여 빠른 걸음으로 갔다. 불어난 경호강에서는 레프팅이 한창이다. 많은 사람이 불어난 강물에서 레프팅을 즐기고 있다. 사실 우리도 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한 번에 여러 가지를 하면 탈이 날까 봐 참았다. 눈으로 보는 재미도 있었다. 내리 식당에 도착하여 낙지볶음과 두루치기로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지곡마을을 가로질러 내려오는 수로에는 맑은 물이 쉼 없이 흐르고 예전에 보았던 빨래터는 보이지 않았다. 시골 마을 가게의 노인이 물건 좀 팔아주라는 말에 들어갔으나 살 것이 없어 도로 나왔다. 내리 저수지의 맑은 물빛과 건너편 산장의 숲 반영은 긴린코 호수가 부럽지 않았다. 웅석 계곡 자연 발생 유원지에는 계곡을 막아 물을 가두고 많은 피서객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물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나 우리는 가야 할 길이 있다.
한참 상류를 올라가 드디어 계곡을 건너는 지점에 왔다. 선녀탕이다. 선녀가 한 명 목욕을 즐기고 있었다. 우리는 어린아이처럼 물에 뛰어들었다. 시원했다. 많은 비로 인하여 물이 불어나 폭포가 생겼다. 폭포에서 물을 맞으며 안마를 하기도 하고 폭포 속으로 들어가 더위를 식히기도 했다. 여름 산행은 이런 맛이다. 나무꾼의 훼방으로 선녀들은 물에 들어오지 않았다.
성심원 가는 길은 내리막이다. 농장을 지나 경호강변으로 나왔다. 경호강에서 레프팅하는 사람들과의 교감은 손 흔들기다. 옛날 여객선에서 손 흔들 때의 기억이 어렴풋이 났다. 성심원으로 들어와 지리산 둘레길 성심원 센터를 찾았다. 안 상은 선생과 연락이 닿아 클린 워킹 한 쓰레기를 모으고 트럭으로 차량이 주차된 수철로 갔다가 차를 몰고 왔다.
지리산 둘레길은 욕심을 내면 탈이 난다. 적당한 거리로 끊어져 있는 지리산 둘레길은 산에 의지하고 마을에 의지하며 길을 내었다. 이 길을 걸으며 마을과 산에 감사해하고 소통해야 한다. 버리자. 버리면 채워질 것이다.
2019.7.28. 지리산 둘레길 6 수철-성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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