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토요걷기

제137회 일요걷기(지리산 둘레길11 하동호-삼화실)초록 초록 세상에 빠지다.

청풍헌 2020. 5. 31. 20:48

초록 초록 세상에 빠지다.

 

코로나 19의 창궐로 인하여 석 달을 연기한 이후 드디어 5월에 지리산 둘레길 이어 걷기가 시작되었다. 생활 방역으로 돌아왔지만 그래도 조심스럽다.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을 지키는 것이 도리인지라 몇 가지를 당부했다. 승차 시 손 소독, 차 안에서 마스크 쓰기, 휴게소 이용 후 손 소독을 당부하고 차량 배차 및 식당을 예약했다.

회원들을 위하여 아침을 준비한 귀선 씨는 백종원보다 더 좋은 음식솜씨로 우리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었다. 하동호 가는 길을 잘못 들어 북천면까지 가서 양귀비 축제장을 차장으로 구경하고 하동호에 도착했다. 하동호는 지난해 12월에 다녀간 곳이다. 그때의 소중한 기억도 남아있다.

하동호에서 시작된 걸음은 초록의 숲속으로 들어갔다. 연두가 초록으로 변한 세상이다. 온 사방이 초록색으로 덮였다. 벚나무에는 버찌가 열렸으며 매화나무에도 푸른 매실이 달렸다. 감꽃도 자태를 드러내고 5월의 꽃들이 반갑게 인사했다. 들길과 마을 길을 번갈아 가며 가다 논에서 공룡알을 순산하는 것을 보았다. 논에다 소먹이용 조사료를 심어 수확하여 원형으로 말아 흰 비닐로 감싸 마치 공룡의 알처럼 생겼다 하여 공룡알이라고도 한다. 트랙터가 논을 돌면서 수확하여 말아 내리는 과정을 보았다.

자동차가 드문 농촌 길은 벚나무 가로수가 터널을 이루고 시골 농부는 밭농사에 바쁘다. 안내판을 따라가다가 길이 막혔다. 농부에게 물어보니 밭두렁으로 가란다. 밭두렁을 가니 멀리 징검다리가 보였다. 횡천강을 건너는 징검다리였다. 역시 깨끗한 물은 사람들을 순수하게 한다. 초록의 갈대숲과 맑은 횡천강 물은 우리들을 동심으로 이끌었다. 마을 노거수 아래에서 간식을 먹었다. 아이스 팩에 넣어 온 막걸리와 김부각 안주는 꿀맛이다.

명호마을과 명사마을을 거쳐 존티재를 넘었다. 가파른 재에는 큰 서낭당과 장승이 있었다. 재를 넘으면 삼화실이다. 삼화실 에코 센터에서 단체 인증샷을 하기 위하여 기다렸다. 사람이 많으니 각자의 걷는 속도가 달라 대열이 길어져 한참 기다렸다. 단체 인증사진을 찍고 클린 워킹한 봉지를 모아 쓰레기를 버렸다. 그런데 어디선가 귀선 씨가 나타나 사진을 안 찍었다고 한다. 목적지를 지나친 것이다. 아침까지 준비하여 먹여 놓으니 진작 본인은 챙기지도 않았다고 했다. 사람이 많을수록 잘 챙겨야겠다.

나오니 좋았다. 매월 한 번씩 걷는 지리산 둘레길은 세상을 잊고 살 수 있는 순간을 제공한다. 자연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베푼다. 자연은 우리가 지켜서 후손에게 물려줄 유산이다. 초록초록한 세상을 걸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