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토요걷기

제139회 일요걷기(지리산 둘레길12 삼화실-대축)

청풍헌 2020. 7. 8. 20:36

지리산 둘레길 삼화실 대축 구간은 힘들었다. 월요일 아침에 일어나니 온몸이 쑤신다. 페이스북에는 작년 이맘때 뭘 했는지 친절히 알려준다. 스페인 산티아고 길에서 피레네산맥을 넘어 Roncesvalles(론세스바예서)에서 Zubiri(주비리)로 가고 있었다. 당시 무척 더웠다. 다리 아래를 기마 경찰이 지나던 것이 생각난다. 가만히 생각하니 그때만큼 땀을 흘린 것 같았다.

 

우천으로 한 번 연기된 16.7km 코스는 무척 걱정되었다. 하절기에 대부분 산길이라 여러 준비가 필요하다. 도시락이며 등산화와 스틱이 필요하다. 회원 한 분은 전화가 와서 가고 싶으나 길이 멀어 망설여진다고 했다. 함께 하다가 힘들면 차량으로 이동하면 된다고 했다. 수년 전 통영 별로 때 나도 한때 지쳐 택시를 탄 적이 있다.

 

귀선 씨가 아침을 준비해왔다. 사천 휴게소에서의 아침은 진수성찬이었다. 장어조림과 부추 전, 멍게젓, 맛있는 김치와 매실장아찌까지 준비했다. 먼 거리를 위하여 성찬을 준비한 귀선 씨에게 매번 감사하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길을 걸으며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는다는 것은 대단한 행복이다,

 

삼화실 에코센터에 모여 기념촬영을 하고 힘차게 출발했다. 오늘은 약 17km로 긴 거리를 걸어야 한다. 큰 고개가 세 개가 있다고 했다. 산뜻한 마음으로 출발했다. 마을을 내려서 푸른 잎을 가득 단 마을의 정자나무를 지나 산속으로 올랐다. 처음부터 오르막이다. 매우 가팔라 힘들게 꾸역꾸역 올랐다. 앞서가던 회원 한 분이 힘들어했다. 어지러워하며 주저앉았다. 나 또한 어질어질했다. 최근 저혈압 증세가 있어 그런가 보다 했다. 한참을 쉬다가 조금 더 오르니 동료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곳에서 배낭의 짐을 나누고 휴식을 취한 후 겨우 고갯마루를 넘었다. 첫 번째 깔딱 고개를 힘들게 넘었다.

 

한참을 내려서니 서당마을이 나왔다. 서당마을 지나니 완만한 오르막이 지속해서 나왔다. 상당한 표고 차를 느끼며 올랐다. 우계 저수지에서 간식을 먹고 좌측의 산길을 갔다. 날씨는 흐림이지만 무척 더웠다. 그래도 햇볕이 난 만큼 덥지는 않은 것이라고 위로했다. 경운기 바퀴 자국이 선명한 흙길에는 질경이가 지천이다. 신촌 마을 다리 아래 냇가에서 땀을 식혔다. 장마기 빗물로 물이 제법 흘렀다. 엄마 배 속에서 태어난 사람은 물을 보면 매우 친숙하다. 발도 담그고 세수도 하고 물장구도 치며 쉬었다. 이것도 또한 추억일 것이다.

 

임도가 구불구불했다. 녹음이 짙은 숲속을 올랐다, 점점 표고가 높아짐을 느꼈다. 신촌 재를 겨우 경우 넘어 먹점 마을로 내려섰다. 이곳에서 점심도 먹고 물도 보충하기로 했다. 그러나 적당히 쉴만한 정자가 없다. 물을 보충하기 위하여 어느 집에 들어가 인기척을 내었으나 아무도 없다. 다시 오르막이 나와 배부르면 오르기 곤란할 것 같아 그냥 적당한 장소가 나올 때까지 오르기로 했다. 먹점재 가는 길은 계속 오르막이다. 안 선생의 나무 설명에 귀 기울이다가 쌀 나무라는 말에 함께 웃었다. 하늘에는 행글라이더를 하는 사람들이 하늘을 날고 있었다. 아마 활공장이 있는 듯하다.

 

오후 두 시경 먹점재의 적당한 장소에서 점심을 펼쳤다. 각자 가져온 점심을 펼치니 진수성찬이 되었다, 멸치와 고추장, 풋고추에 김밥, 김치 쌈밥에 유부초밥, 도시락 등등 다양한 음식이 나왔다. 함께 맛있게 먹고 또한 단체 사진을 남겼다. 임도를 따라 계속 내려오니 갈림길이 나왔다. 갈림길에는 활공장 가는 길이 표시되어 있었다. 활공장이라면 행글라이더 장인 것이다. 적송 군락지를 내려오니 솔향이 진하게 났다. 비비추가 많이 피었고 원추리도 함께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었다. 밤나무밭을 지나 조금 더 내려오면 감나무 농장이 있다. 이곳이 지난가을 소풍 때 왔던 곳임을 알았다. 평사리 들녘이 녹색을 자랑하고 섬진강 백사장은 은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우리의 목적지가 가까워져 왔음을 알았다.

 

오르막은 정말 힘들었다. 그래도 어쩌랴. 빈 농막의 수돗가에서 마실 물을 챙기고 꾸역꾸역 올랐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다. 옆으로 가는 평탄한 길을 따라가다 쉬다 하며 나아갔다. 드디어 문암송이 보였다. 문암송은 천연기념물로 보호되고 있는 소나무다. 바위에서 씨앗을 틔워 자란 특이한 소나무다. 이 소나무 아래서 옛 선비들이 시문을 짓고 즐겼으며 마을 사람들은 정월에 당제를 지내고 신성시했던 곳이다. 정자에 누웠다, 시원했다, 힘들게 걸어온 거리가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드디어 12코스인 약 17km를 완주했다. 땀을 많이 흘리고 꽤 힘든 구간이었다.

 

작년에 시작된 지리산 둘레길은 어느덧 열두 번이나 걸었다.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올해 완보를 했을 것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와 온갖 예방수칙을 강조해도 어수선하게 감염자가 계속 생기며 더욱 강화하는 추세지만 세월은 흐르고 있었다, 계절은 세균과 상관없이 흐르고 봄을 지나 여름을 향하여 열심히 달라고 있었다, 또한 가을이 올 것이다. 코로나 전후로 사회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 모두 말한다, 우리도 대비해야 할 것이다. 미래를 위하여.

 

 

 

 

 

참석자; 김용재, 설종국, 이성기, 이희영, 이기황, 조귀선, 박말숙, 김은정, 김정숙, 윤영옥, 지미영, 오경희, 안명덕

 

202075일 일요일 흐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