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토요걷기

제156회 일요걷기(남해바래길11-다랭이 지겟길) 우리 몸은 18km를 기억할 것이다.

청풍헌 2022. 5. 1. 08:31

156회 일요걷기(남해바래길11-다랭이 지겟길) 우리 몸은 18km를 기억할 것이다.

 

새 집행부가 들어선 이후 두 번째 맞는 일요 걷기이다. 둘째 주는 시내 길이지만 넷째 주는 남해 바래길이다. 장거리 이동으로 인하여 차량 준비에 많은 에너지를 쏟아 힘들었다. 자연스럽게 버스 이야기가 나와 소 인경 대표의 결심으로 동백 투어와 협약을 맺고 31인승 리무진 버스를 타고 남해 바래길 탐방에 나섰다.

초기 계획은 1코스부터 걷고자 했으나 센터에서 설명을 듣고 그곳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는 조언으로 10코스에서 시작했었다. 앵강다숲길 코스 중 4.5km를 남겨 두고 첫 코스를 마무리했다. 남겨둔 4.5km와 다랭이 지겟길 13.5km를 합하여 18km를 계획했다. 오전 8km 오후 10km를 계획하고 준비했다.

25명의 신청 회원은 리무진 버스에 몸을 싣고 출발지로 향했다. 홍현마을에서 시작된 길은 독살을 지나 해안 언덕길로 접어들었다. 낚시꾼이나 초병들이 다녔던 길을 정비하여 바래길을 내었다. 길어진 대열을 정리하며 잠시 쉬면서 귀를 기울이면 파도 소리가 하모니를 이룬다. 간간이 보이는 절벽은 천 길 낭떠러지다. 오르락내리락 해안가를 빠져나오면 다랭이 마을이다.

다랭이 마을은 관광지가 되었다. 가난했던 시절 먹고살기 위하여 가파른 언덕에 논을 개간하고 고달프게 농사를 짓던 논이 도시인의 볼거리가 되었다. 유채꽃이 지고 파릇한 풀들이 자랐다. 바래꾼과 관광객이 뒤섞여 길이 좁았다. 동피랑 벽화마을이 연상되었다. 식당과의 소통 부재로 13시에 약속하고 예정보다 좀 더 걸기로 했다. 마을을 빠져나오면서 길을 잘못 들었다.

한참을 가는데 시그널이 보이지 않았다. 뭔가 이상하여 지도를 살피니 마을 위쪽으로 길이 있었다. 길이란 어디로 가던 연결된다. 도로를 따라 해안선도 구경하고 예쁜 펜션도 살피며 원래 1차 목적지에 도착했다. 발 빠른 부대표가 아이스크림을 사 왔다. 더위에 가장 효과적인 것은 쭈쭈바다.

버스가 기다리는 곳까지 약 1시간을 더 가야 한다. 더운 날씨에 약간의 오르락내리락 길은 운동 부족으로 힘들었다. 향촌 몽돌해수욕장을 지나 사촌마을 입구의 광장에서 버스에 올랐다. 해운대 맛집이라는 식당에 멸치 쌈밥과 갈치조림을 주문하고 대표님이 산 파전과 막걸리가 풍성했다. 남해의 별식 멸치 쌈밥은 맛있었다. 파전도 해물이 풍부하게 들어가 맛있었다. 갈증에 막걸리를 두어 잔 들이켰다. 이것이 나중에 나를 힘들게 할 줄이야?

식사를 마치고 다시 버스로 사촌마을로 이동했다. 남은 8km를 걸어야 했다. 오늘의 목표는 낙오 없이 완보하는 것이다. 하지만 부른 배와 점심때 먹은 막걸리에 취기가 올라 숨이 가빠졌다. 체력 저하로 점점 더 힘이 빠져갔다. 백사장으로 내려서 걸었다. 남해는 해수욕장이 곳곳에 있었다. 천혜의 조건이다. 자연의 산물인 이런 몽돌이나 모래 해수욕장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산으로 오르는 초입에 짐을 풀고 쉬면서 바닷물에 발을 담갔다. 시원했다. 물에 뛰어들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민물이라면 틀림없이 누군가는 뛰어들었을 것이다. 그러고도 남을 열정의 회원들이다. 일부는 가져온 막걸리를 마시고 간식을 챙겨 먹었다. 다시 산길로 접어들었다. 그동안 체력이 많이 다운된 것 같다. 힘드니, 택시 전화번호가 눈에 들어왔다. 다행히 부대표가 나의 배낭을 메어주었다.

우리가 걷는 이 길의 맞은편은 여수다. 광양항의 항로였다. 많은 화물선이 오가고 있었다. 남해 특산의 마늘이 곧 수확할 정도로 익고 있었다. 숲을 지나 밖으로 나오니 기막힌 전망이 보였다. 탁 트인 바다가 보이는 언덕은 천상의 언덕이라 명명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전망이 좋았다. 전망이 좋은 곳은 어김없이 펜션이 들어섰다. 이곳도 노출 콘크리트로 지은 멋진 펜션에 사람들이 있었다.

시그널을 따라가는 길은 숲길과 포장도로가 적당히 섞인 좋은 길이다. 때로는 마을로 지나고 해수욕장과 해안가를 지나는 바래길은 걸어볼 만한 좋은 길이다. 자만은 화를 부르기도 한다. 용감한 회원 일부는 물이 빠진 해안가를 가면 길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해안가로 갔다가 없는 길은 만들어 올라오는 수고를 하기도 했다. 드디어 평산리의 바래길 작은 미술관에 도착했다. 오후 5시가 넘어 문이 닫혔다. 미술관 앞에서 사진을 찍고 클린워킹 한 쓰레기를 50L 봉지에 담아 두었다.

오면서 생각하니 18km는 바래길 코스 중 가장 긴 거리였다. 인간은 체력의 한계치를 기억하는 동물이다. 18km를 걸었으니 우리 몸은 18km를 기억할 것이다. 공룡 휴게소를 지나며 걷기 결산했다. 이 말을 전했다. “여러분 자부심을 가지세요. 18km 걸은 사람이야라고. 우리는 남은 바래길을 완보할 체력을 가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