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토요걷기

제152회 일요걷기 (애럼바우 길)

청풍헌 2021. 12. 17. 06:51

제152회 일요걷기(애럼바우 길)

오늘 걸은 이 길을 잘 기억했다 길이 정비되면 다시 올 것이다.

 

올해 마지막 걷기를 애럼바우 길로 정했다. 통상 연초에 걷던 애럼바우 길을 정한 이유는 국립공원과 협의하여 둘레 길을 낸다는 소식을 간접적으로 전해 들었다. 영운리 골프장을 만들기 전 담안 길을 걸었던 것과 같은 이유일 것이다. 길을 만들기 전의 원시 자연 상태의 길을 뇌리에 저장하기 위한 이유도 다분히 있었다. 위드 코로나를 했으나 확진자의 증가로 위태위태했다. 그래서 그냥 걷기만 하기로 했다.

 

집결지인 모카 당포에 모여 그동안의 안부를 전하며 따뜻한 커피 한잔으로 몸을 풀었다. 당포와 원항마을에는 민속학적인 유물이 잘 남아 있는 곳이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서양인이 최초로 도래한 표지석이 있으며 마을을 수호하는 석장승도 남아있다. 우리는 장군봉을 향했다. 장군봉 정상에는 산신당과 장군당이 있다. 두 곳 다 민속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으며 지금도 스님의 주관으로 섣달 그믐날에 제를 올리고 있다. 가파른 바위를 타고 오르면 산 정상의 바위에 두 건물이 있으며 하나는 산신을 모셨고 한 곳은 장군을 모신 당집이다. 장군당에는 목마를 모셨다.

 

장군봉 아래의 바위 옆길은 매우 위험한 곳이다. 옆으로 몸을 기울여 중심을 잘 잡아야 통과할 수 있는 길이다. 모두 쇼트트랙의 코너를 도는 선수처럼 우측으로 몸을 기울이고 겨우 통과했다. 바위굴에는 우담바라 같은 흰 꽃인지 신비로운 식물이 있었다.

 

낙엽이 쌓인 미끄러운 길을 게걸음으로 걸으며 조심조심 내려왔다. 넓은 공터에서 휴식을 취하고 뒤를 바라보니 우리가 있었던 장군봉 정상이 아스라이 보였다. 제법 먼 곳에서 상당히 내려왔음을 알 수 있었다. 능선을 따라 걷는 길은 자연의 길이다. 진달래나무가 양옆으로 도열한 원시 자연의 길을 봄에 오면 화려한 진달래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구당포성을 지나면 그야말로 자연의 길이다. 때 묻지 않는 원시림으로 난 길을 걸으면 어느 아프리카 밀림을 걷는 착각을 할 정도의 아름다운 길이다. 독수리 쉼터에서 마지막 휴식을 취하고 우리는 용궁로 가는 길을 내려갔다.

 

해안초소를 지나 옆으로 한 참 이동하면 소도방 바위 가는 길이 있다. 아래로 내려가면 해안 해식애가 잘 발달한 곳이 있다. 소도방 바위에는 낚시꾼들이 항상 붐비는 곳이다. 낚시의 포인트이다. 바위에는 낚시꾼들이 버리고 간 각종 오물이 가득했다. 바다에는 납덩이가 즐비했고 한쪽 구석에는 쓰레기를 태운 흔적이 시커멓게 남았다. 낚시꾼의 의식 수준이 참으로 문제였다. 우리가 클린 워킹을 하는 이유도 다 자연을 살리고자 하는 일이다. 후손에게 좀 더 깨끗한 지구를 물려주기 위한 일인 것이다.

 

삼덕조선소 앞에서 클린 워킹 한 쓰레기를 모으고 오늘의 일정을 마감했다. 올해도 이렇게 끝이 났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걸음을 하고 함께 식사도 하지 못하고 헤어짐이 못내 아쉬웠다. 그래도 어쩌랴! 잘하기 위한 방편인 것을. 하루빨리 좋은 날이 왔으면 한다. 오늘 걸은 이 길을 잘 기억했다 길이 정비되면 다시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