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토요걷기

제184회 토요걷기(바래길8 섬노래길)

청풍헌 2023. 12. 1. 23:03

184회 토요 걷기(바래길 8 섬노래길)

 

차량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데 구세주가 나타났다. 구세주는 민경 씨였다.. 승합차 제공에 운전까지 해주어 한방에 해결되었다. 이것이야말로 구세주가 아닌가? 날씨가 추운 관계로 차 안에서 걷기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끝내고 나왔다.

 

첫 번째 만난 절경은 송정 솔바람 해수욕장이다. 고운 모래가 펼쳐진 황량하지만 맑고 투명한 겨울 바다다. 백사장은 바람 작가에 의해 거대한 캔버스가 되었고 우리는 그 캔버스의 한 부분으로 흡수되었다. 이렇게 큰 백사장이 없는 통영으로서는 부러움 뿐이다. 백사장에 설치된 사진 포인트는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들어 놓았다. 이 코스는 남파랑과 겹치지 않아 가이드 신청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길을 찾아가야만 했다.

 

망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가팔랐다. 중간 쉼터에서 보는 바다는 쪽빛 감성을 자아내는 곳이다. 힘들게 정상에 오르니 봉수대가 있다. 미조항진의 권설봉수였다. 봉수에는 간봉(幹烽)과 권설봉수(權設烽燧)가 있는데 간봉은 한양 도성으로 올라가는 직봉이며 권설봉수는 각 진포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봉수이다. 그러므로 남해 미조 망산 봉수대는 미조항진의 권설봉수다. 발아래는 미조항진이 보였다. 왜구는 명종 10(1555) 전라도 연안을 공격하여 을묘왜변을 일으켰다. 을묘왜변으로 전라병사 원적과 장흥부사 한온이 전사하는 큰 피해를 입어 왜구의 침입 경로인 남해현 미조항에 첨사진을 설치 운영하여 방비를 강화하였다. 함께 올라온 동네 어른은 미조항진을 잘 설명해 주었다. 봉수대는 석축이 일부 무너졌으나 비교적 잘 남아있었다. 복원 계획을 세웠다는데 언제 복원할지 궁금하다.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가다 군부대 앞에서 간식을 먹고 미조항으로 내려섰다. 동네 사람에게 미조항진성이나 첨사비가 있는지 물어보니 잘 모른다. 우리는 예약한 등대불 식당을 찾아갔다. 등대불 식당은 성게미역국과 성게비빔밥을 잘하는 곳이라 한다. 깔끔한 밑반찬과 미조에서 나는 해산물(톳나물, 미역, 모자반)과 문어, 돌멍게가 나왔다. 성게 알이 잔뜩 들어간 미역국과 비빔밥은 맛있었다. 이구동성으로 남해에서 먹은 점심 중에 가장 맛있었다고 했다.

 

식사 후에 또 다른 망산을 올랐다. 오르기는 힘들었지만 정상에서 보는 조망은 좋았다. 조도와 호도가 올망졸망 보였다. 미조항을 나오면서 미술 전시관이 있어 들어갔다. 전시관은 냉동공장을 리모델링하여 카페와 작품을 전시했다. 냉각기 파이프를 노출시켜 마치 선박의 히팅코일 같은 느낌을 주었다. 높은 층고로 인하여 탁 트인 느낌을 주었다.

 

설리 해수욕장을 지나 설리 스카이워크로 갔다. 설리 스카이워크는 원통형 구조로 360도 어디에서나 남해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국내 최초 비대칭형 캔틸레버 교량으로 지어진 스카이워크는 약 36m 높이에 폭 4.5m, 총길이 79m의 구조물로 되어있다. 스릴 넘치는 스윙 그네는 인도네시아 발리의 명물, ‘발리섬의 그네를 모티브로 제작했으며, 높이 38m의 스카이워크 끝 지점에서 스릴을 만끽할 수 있다. 기상관계로 그네는 운영하지 않았다. 스카이워크 바닥 중앙은 투명 유리로 시공되어 공중을 걷는 기분이다.

 

이 코스는 원점회귀 코스다. 송정 솔바람 해수욕장을 지나 출발점인 천하마을에서 걷기를 마쳤다. 미조항 근처에는 많은 해수욕장이 존재한다. 설리 해수욕장, 송정 솔바람 해수욕장, 천하 몽돌해변, 상주 은모래비치 해수욕장이 있다. 대부분 남쪽의 외해를 마주한 해수욕장이다. 제대로 된 해수욕장이 없는 통영과 비교하면 남해는 축복의 땅이었다.

 

남해 바래길은 이제 단 한 코스 남았다. 바래길9 구운몽길이다. 구운몽길은 절해고도인 남해 노도에 유배온 서포 김만중의 작품 구운몽에서 따왔다. 구운몽은 선천 유배지에서 지었다고 하다. 남해 유배지에서 지은 작품은 사씨남정기이다. 사씨남정기는 현숙한 부인 사 씨(謝氏)가(謝氏) 남쪽 지방으로 떠돈 사연을 기록한 한글 소설이다. 유한림의 부인 사 씨가 첩으로 들어온 교 씨의 투기로 인해 집에서 쫓겨나 남쪽 나라를 헤매고, 유한림 역시 남쪽으로 유배 가는 이야기다. 이 소설은 김만중이 남해로 유배 간 행적과 절묘하게 겹친다.

 

절해고도인 남해가 친환경 섬으로 변하고 있다. 남해를 걸으며 느낀 점은 무척 자연스럽고 인공이 덜 첨부된 순수한 느낌을 받았다. 각 지자체별로 특색이 있다. 그 특색을 잘 살려서 보존하고 가꾸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