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아시안트레일즈컨퍼런스 참가기
1일 차(2024년 10월 24일 목요일)
ATN(Asia Trails Network)에서 대회 일정이 잡혔다. 장소는 전 대회 때에 통상 결정된다. 2024년도 ATC(Asia Trails Confrance)는 지리산 숲길에서 개최한다. 단톡방에 공지하고 일정별로 신청자를 받았다. 총 18명이 신청하여 대회 날만 기다렸다. 그동안 WTN(World Trails Network)에 참가한 두 명의 회원에게 소식을 듣고 개선해야 할 점도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드디어 첫째 날 일단 10명이 출발했다. 첫째 날은 한길연(한국 길 연합회) 총회와 ATN 운영회의 및 총회가 있는 날이다. 일부 참석자들은 화엄사의 연기암으로 도보 여행을 떠나고 나머지는 인근 산책에 나섰다. 한길연은 준회원으로 의결권은 없다. 그래서 나만 ATN총회에 참석하였다. 결산보고와 계획 등이 보고 진행되었는데 여강길에서 회칙 개정에 대한 제안이 들어와 토의하는 과정에 통역의 오류와 이해 부족으로 지연되었다. 한길연이 준회원이라 특별회원으로 변경하자는 제안이 있었다. 제주올레의 안은주 이사장의 협의로 사무국에서 완벽 통역 후 줌 회의를 하기로 하고 회의를 마쳤다. 다음 대회는 일본 미야기 올레에서 2025년 11월에 개최하기로 했다.
저녁 식사는 고궁이라는 외부 식당에서 흑돼지구이로 교류의 밤을 보냈다. 부길연, 여강길, 내포문화숲길, 미야기올레(이유미 지사장), 전주 세계종교문화축제, 지리산 숲길, 대만천리보도협회, 강릉바우길 등등 과 교류의 밤을 보내고 숙소로 왔다. 우리 방에 모여 내일의 일정과 오늘의 소감을 나누고 첫날 밤을 보냈다.
2일 차(2024년 10월 25일 금요일)
오늘은 전 일정이 컨퍼런스가 열리는 날이다. 컨퍼런스의 주제는 숲길이다. 아침을 먹고 10시경에 등록을 마치고 앞자리를 잡았는데 권가현 팀장의 부탁으로 개막식이 끝나면 외부 참가자들이 빠지면 그 자리에 앉으라는 부탁으로 뒤에 자리를 잡고 개막식을 지켜보았다. 통영길문화연대는 ATN의 정회원으로 맨 앞자리에 단체 대표 자리가 배정되어 해드테이블에 앉았다. 내빈 소개와 함께 산림청 차장의 개회사와 ATN사무국인 대만천리보도협회 주성심 대표의 환영사와 구례군수의 환영사, 축사가 있었다. 무대 전면에 흰 천 위에 캘리그라피로 멋진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지리산을 표현한 산과 함께 ‘길이 우리에게 준 것, 우리가 길에 줄 것, 지리산 둘레길’이라는 멋진 글씨를 썼다.
실상사 회주 스님인 도법스님의 기조연설을 들었다. 지리산 생명평화연대를 강조하셨다. 지리산 권역의 지자체(남원, 하동 산청, 함양, 구례, 장수)와 ‘지리산권 숲길 활성화를 위한’ 업무 협약식을 했다. 이후 장내 정리 및 기념사진을 찍고 컨퍼런스 세션이 시작되었다.
제1주제는 국가숲길의 지속 가능한 운영을 위한 민관협력 정책에 대하여 미국 산림청의 브렌다 얀코비야크와 국립산림과학원의 이수광 박사의 발제가 있었다. 미국의 산림청은 55,000마일의 장거리 트레일을 주 정부 산하 기관과 원주민들과 협력하여 관리와 운영을 하고 숲길에 대하여 SNS를 적극 활용한다고 했다. 특히 청소년들과 협업하여 홍보대사로 임명하고 홍보하고 있다고 했다. 이수광 박사는 국가 숲길에 대하여 정책과 특징을 설명하고 동서 트레일에 관해서도 소개했다. 1주제를 마치고 점심을 먹고 오후 세션에 들어갔다.
제2주제는 ‘성공적인 트레일 운영 관리를 위한 다양한 협력 모델’이다. 아시아산림협력기구의 팜 덕 치엔 박사는 아시아 산림을 기후 회복력 있고 지속 가능한 경로로 이끌기 위한 포괄적이고 다층적인 파트너십을 촉진하는 것이라 했다. RCT(Rails to Trails Conservancy)의 브랜디 홀든은 폐철로를 이용한 장기 트레일을 조성하여 다양한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사람과 장소 그리고 지구의 건강과 복지의 기회 창출이 된다고 했다.
제3주제는 ‘사회적 약자와 포용적 커뮤니티를 위한 트레일 프로그램’이다. 미국의 야외 활동 접근성 잔문가인 에녹 글리든은 선천성 장애로 태어나 개인이 어떻게 야외 접근이 가능하게 할지에 대한 방법과 여러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인상적인 맨트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그냥 시도해 보세요!”였다. 대만천리길협회의 서명검은 친환경적인 트레일 조성 방법에 대하여 많은 시도가 있었으나 특히 손으로 만드는 트레일에 대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제4주제는 ‘물다양성 보존과 기후 위기 대응을 고려한 숲길 운영 관리’이다. IUCN(세계자연보전연맹)의 코수케 테라가는 트레일 관리에 보전의 관점을 적용할 것을 제안했으며 IUCND의 도구와 지식을 공유했다. 고려대학교 명예교수인 강수돌 박사는 트레일 관리에서 ‘생태 책임성’ 증진에 대하여 지구 온난화에 대하여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18시까지 장장 8시간 동안 한 번도 자리를 뜨지 않고 끝까지 세션을 다 들었다. 통영길문화연대의 회원들은 이미 국제화가 되었다. 준비된 열린 마음으로 끝까지 함께한 회원들이 자랑스럽다.
환영 만찬을 멋지게 치르고 아쉬워 우리 방으로 모였다. 오랜만에 밖으로 나왔으니 마음껏 즐기자는 말에 즐겁게 보냈다.
3일 차(2024년 10월 26일 토요일)
오늘은 지리산 둘레길을 걷는 날이다. 우리는 2코스와 3코스로 나누어 신청한 대로 움직였다. 2코스는 오미-방광 구간의 중간지점에서 역방향으로 가서 오미-난동 구간의 중간지점까지 걷는 코스였다. 산길과 들길, 마을 길, 강변길 등 다양한 길을 걷는 묘미가 좋았다. 중간중간 막걸리와 식수대 그리고 점심은 현지식의 도시락을 준비하여 맛있게 먹었다.
3코스는 화엄사 코스로 연기암까지 가는 코스였다. 중간중간 공연도 했으며 숲길을 걸었다.
여기서 좀 아쉬운 점은 각 트레일을 홍보할 수 있는 유인물을 가져오라 했는데 부스가 행사장과 너무 떨어져 있고 시간이 부족하여 충분히 둘러볼 수 없었던 점이 매우 아쉬웠다. 나는 보행환경 조사 보고서 2종 9권과 통영 예술지도 3종 2세트를 가져갔는데 마지막 걷기 종점에서 확인하니 보고서 1권만 남아 있었다. 통상 세션장의 전면에 홍보 부스를 설치하고 세션이 끝나면 회수를 하는데 이번에는 걷는 현장에서 설치하여 접근성이 부족했다.
공연과 프리마켓을 구경하고 버스를 타고 호텔로 이동했다. 마지막 교류의 밤을 보내고 우리는 예약한 호텔의 노래방에서 광란의 밤을 보냈다. ㅎㅎ
4일 차(2024년 10월 27일 일요일)
4일 차에는 지리산 숲길 탐험대를 운영했다. 우리는 산청의 “지리산 품아래 마을과 사람들”에 신청하여 이동했다. 지리산 숲길 탐험대는 지리산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의 마을에 현지인만이 아는 장소와 힐링 공간을 공유하고 체험하고 느끼는 좋은 프로그램이다.
우리가 신청한 ‘지리산 품아래 마을과 사람들’은 귀촌자들이 마을에 스며들어, 어떻게 살아가는지와 어떤 커뮤니티를 만들어 협업하고 살아가는지를 알 수 있는 기회였다.
우선 150년 전통을 가진 학이재라는 고택에서 가진 라벤더 향수 만들기 체험을 하였다. 학이재는 혜산(惠山) 이상규(李祥奎) 선생의 서재였던 곳으로 혜산이 돌아가시고 나서 집안의 서당으로 쓰이다가 전쟁 중에는 학교로 사용되었고, 그 후손들이 기거하였다가 오랜 기간 비어 있었다. 이후, 2012년 후손(이현숙과 그 가족)이 들어와 현재까지 학이재를 관리하며 그 뜻을 이어가고 있다. 이곳에서는 많은 문화 공연과 행사가 열린다고 했다.
고택과 큰 소나무 3그루, 오래된 향나무, 앞의 경호강 강물과 건축이 잘 어울려 좋은 느낌과 공간을 제공했다. 새로 지은 건물의 옥상에는 설치 미술가의 작품이 설치되어 있어 자연과 인공적인 것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성철스님 산책로를 따라 강변길을 걸었다. 원지마을에서 현지식으로 돌솥밥을 맛있게 먹고 인근 마을 장터를 구경했다. 안내자의 말에 의하면 원지마을이 산청의 명동이란다. 교통이 발달하고 수영장, 운동장, 극장 등이 있는 대도시 못지않은 인프라가 있는 살기 좋은 곳이라 극찬했다. 마을 장터에서는 현지인들이 각자의 농산물을 팔고 있었다. 나는 머위 데친 것을 사고 어묵도 사 먹었다. 일부는 대봉감을 샀으며 용담초도 샀다. 작은 시골 장터가 북적북적했다. 정겨운 광경이었다.
버스로 이동하여 단계 마을로 왔다. 단계마을은 나의 기억에 이순신의 백의종군로가 있는 곳이다. 하동에서 시작된 백의종군로가 합천 모여곡까지 이어져 있어 수년 전 두 발로 걸었다. 단계에서는 자유롭게 마을 탐방하도록 하고 시간을 정하여 한옥 카페 소북으로 모이도록 했다.
단계마을은 남사예담촌 같은 곳이다. 돌담이 정겹고 고택이 여러 곳 남아 있었다. 그러나 고택은 관리가 되지 않아 낡고 허물어져 가고 있었다. 단계마을은 안동권씨의 집성촌으로 한옥의 멋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마지막 모인 곳인 한옥 카페 소북은 120년 된 한옥을 부여에서 옮겨와 지은 곳으로 현 주인이 최근 리모델링하여 카페와 책방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지역의 커뮤니티를 이루는 이곳이 문화와 예술을 논하고 공유하는 곳으로 명성을 얻고 있었다. 시골의 책방을 중심으로 북 콘서트와 책 모임, 글쓰기 등 다양한 커뮤니티가 이루어져 살만한 동네를 만드는 것이다. 차 한잔과 책방에서 채식주의자를 샀다. 통영의 남해의 봄날을 이야기하니 잘 알고 있었다. 봉수골에 있는 남해의 봄날 존재가 문화 예술의 거리로 바뀐 사례가 있다. 이곳이 그와 비슷함을 느꼈다. 마지막 행사가 기억에 남았다. 마을 주민과 함께한 숲길 탐험대는 괜찮은 프로그램이었다.
이렇게 2024년 ATN의 행사가 마무리되었다. 국내에서 한 행사에 많은 인원이 참여하여 우리의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국내 트레일 및 아시아 트레일의 단체에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 주었다. 우리 회원들이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