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토요걷기

제219회 토요 걷기(장인의 길 1)

百世淸風 2026. 5. 9. 22:02

제219회 토요 걷기(장인의 길 1)
5월은 각종 기념일이 몰려 있는 달이다. 1일 노동절을 비롯하여 5일 어린이날, 8일 어버이날, 15일 스승의 날 등등이 있다. 또한 계절적으로 봄이 완숙한 날씨이다. 우리가 만들고 걷는 길이 통영 문화예술의 길이다. 그중 오늘은 장인의 길 1을 걷는다. 이 길은 통제영 옛길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고성 해미당 길에 있는 통영 전통 공예전수관에서 시작하여 통제영 12 공방까지 걷는 길이다.
지난 탄핵 사태 때 남태령 고개에서 농민들의 트랙터 시위를 응원하기 위하여 여러 사람이 각종 깃발을 만들어 시위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우리도 개성 있는 깃발을 만들기 위하여 몇 가지 안을 만들었다. 어슬렁 거슬렁, 잠방잠방, 잠방지다, 살방 살방, 살랑 살랑, 슬렁 슬렁 등을 제시했으나 슬렁 슬렁 걷기가 많은 호응을 얻어 이 문구로 깃발이나 프랑을 만들어보고자 한다.
공예전수관에는 일층에는 소목장 전수자 김금철 선생과 이층에는 조대용 염장, 정철영 나전장의 교육관이 있다. 소목장 김금철 선생에게 미리 말씀드렸으나 어떤 사유로 볼 수 없다는 말에 패스했다. 우리는 공예전수관 옆 경로당 마당에서 미팅하고 기념사진을 남겼다. 고성 해미당 고갯마루에는 허 씨 효열각이 있었다. 지금은 통영시청 어린이집이 된 이곳에 효열각이 있었다. 옛날 이곳 어디에 오리정이 있어 통제사의 이임과 전별 장소로 쓰였다고 한다.
해미당 고갯마루를 넘어 토성고개로 올랐다. 북문 터를 지나면 토성고개다. 토성고개는 통영 성곽이 지나는 곳이라 토성고개라 했다. 토성고개로 오르는 옛길은 골목길이다. 이 골목에는 옛날 그물 공장 숙소 건물이 있었으나 철거되고 공터만 남았다. 조금 오르면 유영초등학교 교장 사택이 터만 남았다. 지금도 교육청 땅으로 경작 금지 팻말이 붙어있다. 이 좁은 골목에 부식 가게와 과일 가게가 공존하고 있다. 우리는 새로운 골목길을 따라 돌고 돌아 김용식·김용익 기념관으로 갔다.
김용식은 우리나라 초대 외무부 장관으로 이름을 날렸으며, 김용익은 영어로 소설을 집필하여 외국 교과서에 실려 호평받았다. 우리가 서양의 소설을 공부할 때 서양의 아이들은 김용익의 해녀, 꽃신 등을 공부했었다. 그는 가장 한국적이고 통영의 정서가 담긴 소설을 썼다. 이곳에서 각자 가져온 간식을 먹었다. 오늘도 귀선 씨는 떡을, 정숙 씨는 채소를 가져와 먹었다.
기념관을 나와 전망대에 오르는 길에 새로운 건물이 들어섰다. 이름하여 주전하제다. 태평동 주민 교류센터였다. 문이 잠겨있어 들어가 볼 수 없지만 찻집도 있었다. 이곳에서 보는 정량동, 태평동, 중앙동 등 전망이 아주 좋았다. 지붕의 색깔이 주황과 붉은색, 오렌지색이 눈에 띄었다. 조금 더 가면 세병관이 조망된다. 이곳에서 보는 세병관은 또 다른 느낌이다. 통영 어디서 보나, 가장 중심에는 세병관 건물이 있다. 우리가 가장 자랑스러워해야 할 건물이다. 세병관으로 이동했다.
세병관 입구에서 통영섬바다음식학교의 학생들을 보았다. 섬바다음식학교는 강제윤 소장이 총장으로 통영 각 로컬의 식당 사장들이 교수가 되어 음식을 교육하고 문화를 만들어 내는 통영에만 있는 로컬 음식 학교다. 내가 아는 교수진으로 멍게가의 이상희 선생, 우도 해물 밥상의 강남연 사장, 대추나무 다찌 사장 등등 이 있다. 이 학교에 힘을 보탠 분은 영화배우인 류승룡 씨가 있다. 이 학교 학생들이 오늘은 통영의 역사를 공부하기 위하여 박정욱 통영시티투어 사장의 강의를 들으러 세병관을 찾은 것이다.
세병관은 통제영의 객사로서 왕명인 교서를 받기도 하고 망궐례를 행하던 곳이다. 세병관 사방 벽면에는 46개의 좌목이 있다. 이 좌목에는 역대 통제사와 막하 군관을 기재해 놓았다. 부대표인 김상현님은 막하 군관의 재지 세력화를 분석하여 석사 논문을 썼으며 더 나아가 5월 13일 박사 논문을 발표한다. 드디어 우리 통영길문화연대에도 박사가 회원으로 있는 수준 높은 단체가 될 것이다.
김시성 통제사의 좌목에는 추기로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현묘계묘하 증수충렬사축문미 개층사액 추례관뢰액하래 게우문미건홍문우사전 동걸체환 제군민수동비추사지(顯廟癸卯夏 增修忠烈祠祝文楣 啓請賜額 秋禮官賚額下來 揭于門楣建紅門于祠前 冬乞遞還 第軍民竪銅碑追思之) 즉 “현묘 계묘년 여름에 충렬사를 증축 수리하여 문미를 세우고 조정에 사액을 의뢰하여 가을에 예관이 사액을 내려 문미에 걸고 사당 앞에 홍살문을 세웠다. 겨울에 공이 통제사 교체를 간청하여 떠나게 되니 이에 군사와 백성들이 동으로 비석을 세워 그 뜻을 기렸다”라는 내용이다. 통제사는 일 년에 두 차례 충렬사에 행차하여 향사를 지냈다. 여러 통제사가 충렬사에 왕래하면서 관심을 가지고 수리와 보수를 거듭했다.
12 공방으로 이동했다. 12 공방의 시원은 이순신 장군의 한산도 진중의 공방이다. 임진왜란 중 각종 무기와 물자를 자체 조달하면서 생긴 공방이 전후 통제영에도 이어져 12 공방이라는 이름으로 전승되었다, 때로는 13 공방, 16 공방 등으로 변하면서 지금까지 통영에서 전승되는 것이 무형유산인 것이다. 여러 공방 중 가장 큰 것은 선자방이다. 선자방은 부채를 만드는 공방으로, 15칸이며 선자장이 80명이나 되었다. 단옷날 조정에 진상하는 부채가 애초 1만여 자루였으나 해마다 증가하여 4만여 자루나 되었다고 한다. 때로는 선자방에 불이나 부채가 모두 잿더미가 되어 진상 올릴 걱정을 하기도 하였다. 선자방 우물까지 살피고 후원으로 이동했다.
후원은 통제사들의 쉼터이다. 임진왜란이 끝나고 일본군의 재침에 대비하여 훈련 및 첨방을 섰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경계도 느슨해져 통제사가 후원에 정자를 짓고 시문을 짓고 풍월을 즐겼다. 오늘 우리도 읍취헌에서 풍월을 즐기기 위하여 회원인 이 군자님을 초빙하여 우쿨렐레 연주와 노래를 즐겼다. 산천초목이 푸르른 봄날 옛 통제사가 노닐던 읍취헌에서 함께 노래 부르며 봄날을 즐겼다.
공방에서 무형유산 선생님들을 직접 만나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보람이 있는 걸음이었다. 조선시대 한양의 사대부들도 줄 서서 기다린다는 통영의 공예품을 생산하고 이어가는 현장을 함께한 것은 통영만의 특성을 누리는 혜택이다. 우리가 할 수 있을 때까지 알리고 알아갈 것이다. 언제나 떡을 해오신 귀선 님, 야채 샐러드를 해오신 정숙님, 그 외 간식은 준비해 오신 여러 회원님 감사하다.

함께한 이: 김용재, 조귀선, 김정숙, 이희영, 박말숙, 김지선, 조경남, 추민지, 임선옥, 이신영, 윤순희, 김은정
 
요약본
신록이 완숙한 5월을 맞아 통영길문화연대는 고성 해미당길부터 통제영 12공방까지 이어지는 '장인의 길 1' 구간을 '슬렁슬렁' 기분 좋게 걸었습니다.
우리는 토성고개 골목길을 지나 김용식·김용익 기념관에서 통영의 문학적 정취를 나누었으며, 전망대에 올라 세병관을 중심으로 펼쳐진 주황빛 지붕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했습니다.
세병관에서는 지역 로컬 문화를 일궈가는 섬바다음식학교 학생들과 조우하고, 박사 논문 발표를 앞둔 부대표님의 자료인 좌목을 통해 통제사들의 충렬사 사랑과 역사의 깊이를 다시금 되새겼습니다.
이어진 12공방 탐방에서는 조선 시대 전국적인 명성을 떨쳤던 선자방의 위용을 확인하며, 지금도 그 명맥을 꿋꿋이 이어가는 무형유산 장인들의 노고에 경의를 표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통제사들의 쉼터였던 읍취헌에서 회원님의 우쿨렐레 연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며 봄날의 풍류를 즐겼고, 정성껏 간식을 준비해 주신 회원님들 덕분에 몸과 마음이 모두 풍성한 발걸음을 마무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