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일상의 생각

삶의 향기

청풍헌 2013. 3. 14. 22:38

삶의 향기

김서령(오래된 이야기 연구소 대표)

3월에 비가 오면 봄이 한걸음 다가온다는 신호다.

11월에 내리는 을씨년스런 비와는 소리부터 다르다.

흙이 빗물을 다디달게 받아 마시는 소리는 애기가 엄마젖을 꿀꺽꿀꺽 삼키는 소리를 닮았다.

그걸 마시고 아무것도 없던 땅에서 맹렬하게 풀들이 돋아나오고 회초리 같은 나무 줄기에서는

고짓말 처럼 꽃과 잎들이 화들짝 피어난다.

반대로 봄은 흙이 입을 벌려 씨았을 맹렬히 삼키는 계절이다.

나무라면 꼬쨍이만 꽂아둬도 물이 오르고 씨았이라면 땅바닥에 굴러 떨어지기만 해도 싹이 돋는다.

모든 길짐승 날짐승의 피틀과 피줄이 요동치는 소리로 지구 전체가 들먹들먹 한다.

이런 봄이 인간이 해야 할 유일한 일은 씨았을 땅에 묻는 일이다.

그게 무슨 싸았이던 상관없다.

씨앗 한톨은 가을에 수백배의 알곡으로 돌아온다.

따로 가꾸지 않아도 햇빛과 바람과 비가 절로 그렇게 만들어 준다.

그게 우주의 법칙 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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