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다른길 이야기

(스크랩)참다운 길 전문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청풍헌 2013. 9. 15. 07:51
참다운 길 전문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참다운 길 전문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어느 때부턴가 걷기가 열풍처럼 시작되었고, 그에 뒤질세라 국가의 각 부서마다 지역마다 길을 만드느라 난리가 아니다.

부작용도 심하다. 얼마 전, 모 자치단체에서는 2 KM에 5억 원을 들여 길을 만들기도 했고, 40여 억 원을 들인 어떤 길은 150여 KM를 한 번도 걸은 사람이 없이 표지석과 지도만 만든 경우도 있다.

얼마 전에는 모 자치단체에서 44억을 들여 3.8KM를 만들었다는 보도가 나오니, 말 그대로 길이 아니고 숫제 돈을 쳐 바르고 있다.

어디 길만 그런가, 언제부터 걸었다고, 언제부터 길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전문가들이 하도 많아져서, 나 같은 사람은 요새는, 명함도 못 내밀만큼 길 전문가들이 많아졌다.

좋은 현상일까?

그런 현상에 대해, ‘문학‘을 빌어서 쓴 소리를 했던 사람이 미국의 작가인 휘트먼이었다.

 

“우리에겐 아직 우리의 문학이 없다. 그 근거는 저 수많은 시와 소설과 수필이 우리의 시대와 자연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대착오적이고, 어리석으며, 불편하다. 서재에 앉아 있는 시인들에게 단 한 시간만이라도 미주리의 캔자스와 콜로라도를 보여주고 싶다. 그 붉은 흙을 밟아보게 하고 싶다.

영국의 역사와 그 오랜 전통과 위대한 시인들을 추억하는 한 미국 문학의 앞날은 무겁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저들을 연구하는 일이 아니다.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하고 소중한 것은, 우리가 문학으로 옮겨야 하는 것은 대초원과 로키산맥과 미시시피 강, 그리고 미주리 강이다. 그 원시성과 끝없는 풍요로움과 깨끗한 호흡이다. 현실과 이상, 그 불가사의한 공존, 이런 것들이야말로 미국의 문학이며, 노래이고 예술이다. 우리는 아직까지 미국적이라는 표준을 형성하지 못했다.(...)

이 나라의 미래는 법률과 의회, 최고재판소의 입장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물질적, 상업적 역사가 이룩하는 것도 아니다. 이 나라의 미래는 문학이 결정한다. 더 정확하게 설명하면 문학이 탄생하는 과정, 일련의 감상들, 동경, 확신, 그리움이 이 나라의 정체성과 미래의 세대가 나아갈 방향을 결정한다.“

<미시시피 강과 문학>에 실린 글이다.

 

길이라는 것이 그렇다. 인류의 역사가 시작되고 직립보행을 하면서부터 사람들이 걷기 시작했고, 그리고 사람이 걸어간 곳이 길이 되었다.

산길, 강길, 바닷가길, 그리고 사람들이 나물을 캐고 고기를 잡고, 나무를 하고, 장사를 가던 길, 그리고 과거길, 그 길들이 어느 지역이나 있었다.

그 길을 샅샅이 걷지 않고는 그 길을 알 수가 없다. 어느 지역을 조금 걷고 전체를 안다는 사람은 봉사가 코끼리 발뒤꿈치를 조금 만진 격이나 같다.

그 길을 찾아내는 것, 그래서 끊어진 길을 잇고 걷는 것,

그러기 위해선 역사가 된 사람들이 걸어간 그 길을 천천히 걷고 연구하여 그 길의 역사와 문화를 알아야 한다.

역사의 자취가 켜켜이 서린 그 길, 강 길이나 옛길을 걸아야 할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러므로 오랜 나날을 걷고, 공부하고, 그래서 길 전문가가 되어야 하는데, 여행이나 장거리 도보답사를 해보지도 않은 사람들이 길 전문가가 되고, 길 브로커가 되어 나라 곳곳을 횡행하며 돈벌이에 급급하고 있다.

그래서 여기 저기 길 얘기만 나오면 가슴 한 귀퉁이가 아련히 아파온다.

길은 만들거나 걸어야 하기 이전에, 오래 된 우리의 삶터이자, 생활이다. 역사의 길, 그 길이 곧 이 나라의 역사와 문화로서 그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국토의 재인식과 국토에 대한 사랑과 애착을 느끼게 하는 귀중한 공간이다.

잘못된 기현상부터 바로 잡아야 정도正道가 되고, 그 정도正道를 걸어야 바른 사람(正人)이 되지 않을까?

“자신의 건강을 위해 산다.” 그래서 걷는 사람들이 많다. 그것은 얼마나 작은 목표인가? 그 길에는 수많은 역사와 문화가 켜켜이 쌓여 있고, 그 길을 거쳐 간 수많은 인물들의 흔적이 올올이 남아 있다.

앞서간 사람들이 경탄하고 경외감을 온 몸으로 표현했던 길을, 그리고 슬픔과 고통이 남겨놓은 그 흔적들을 음미하며 걸어간다는 것, 얼마나 가슴 떨리는 일일까?

 

계사년 구월 열사흘

~~사단법인 우리땅걷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