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통영길 이야기

그믐밤 세포길을 걷다

청풍헌 2013. 12. 5. 22:29

야간 달빛 걷기를 하고싶다.

오늘은 달도 없는 초 이틀

랜턴 두개 챙겨들고 카메라 매고 나왔다.

새포고개 버스 종점에 내려 버스 기사에게 부탁하여 사진 한장 찍었다.

어디 갑니까?  세포 둘레길 걸을려고 합니다.

어두운데 혼자 괜찮겠습니까?

랜턴 두개에 비상식량까지 그기다 도깨비와 싸울 지팡이까지 있어요!

이만하면 완전무장 아닌가요?

 

 

천천히 세포 길로 내려섰다.

솟대거리를 지나 이야기가 있는 가는 개 공동체 문화마을이라는 현판이 보였다.

사실은 약간의 두려움이 있었다.

혹시 길을 잃으면 어쩌나?산짐승이라도 나오면 어떻하지?도깨비가 나와 씨름 하자면 어쩌지? 등등...

에이 그래도 가 보는거지뭐~~~~~~

 

지척을 분간 할 수 없는 어둠이라 랜턴에 의존하여 갔다.

이곳 어디쯤에 동네 빨래터가 있었는데...

우측으로 길을 잡아 산 허리로 난 길을 들어섰다.

조금 지나니 세포 둘레길 이라는 반가운 현수막이 보였다.

큰 기침 한번 하고 올라섰다.

 

둘레길 초입에는 무덤이 있다.낮에는 반가운 무덤이 밤에는 약간의 두려움이 생긴다.

시체가 벌떡 일어나 네 어데가노?하고 팔목을 잡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초상 친다고 상여를 매고 와서 곡소리 하던 광경을 상상하니 좀 겁난다.

길은 작은 포크레인으로 둘레길을 잘 조성 했었다.

약간의 공포심이 있으니 앞만 보고 잘 간다.

 

조금 지나니 왠걸 세포 고개 먼당에 다다랐다.

참 이상하다?벌써 여기까지 왔을리 만무한데...

버스 종점이 보이고 통영대교의 야간 조명이 훤히 보인다.

고개를 갸웃 거리고 왼쪽으로 돌아가는 길을 택하여 갔다.

아하! 이 길이 맞는것 같다.지난 여름 토요걷기때 이 울타리에서 더덕꽃을 보았다.

 

옆으로 계속가니 어느순간 길이 좁아지고 큰 무덤이 나왔다.

배롱나무가 있으며 향나무가 있는 큰 무덤이다.

역시 밤에 보는 무덤은 좀 으시시 하다.그래도 어쩌랴.앞만 보고 걸었다.

어느순간 걸음을 멈추고 귀를 귀울려본다.

새소리 벌레소리가 들리는지?

아무리 귀를 세우고 들어도 아무 소리가 없다.

그믐밤의 정적~~~~~~~~~~~~~~~~~~

 

귀신도 잠을 자는지 아무도 없다.

오로지 살아있는거라고는 나무와 풀들이다.

어둠의 자식들은 다들 어디로 갔나요?

양지를 찾아 철새처럼 움직였나요?

 

고사리 나무에서 인증샷을 날린다.

시내 불빛이 보여 야경을 찍을려고 거치 할 곳을 찾았으나 없다.

셀카를 찍어본다.

 

광바위 초입이 나왔다.

내려가는 데크에서 셀카를 찍고 내려서서 야경을 보았다.

칠흙같은 어둠에 가로등 불빛만 점점이 켜진 미수동 세포만은 바람 한 점 없는 고요한 정적이 흐른다.

도시의 화려한 불빛은 어디서 오는가?

저곳 어디에 나의 자리가 있는가?

나는 무었인가?

 

들물이 되어 수위가 많이 올라왔다.

선창에서 낚시하는 사람도 있다.

몇몇은 운동삼이 나와서 걷고 있었다.

멈추는자 망하고 깨어 있는자 흥할 것이다.

 

20:30~ 22:00 통영 미수동 세포 둘레길 4.25km 탐방

 

2013.12.4 백세청풍 김용재

 

▲세포고개 버스종점에서(시내버스 기사가 찍어줌)

▲솟대거리(신들의 통로)

▲색깔과 이야기가 있는 마을

▲고사리 종류

▲고사리 인증샷!

 

▲칠흙같은 어두운 밤

▲광바위 체육시설에서

▲스치로폼 부표 위에서 야경을 찍다.

▲줌으로 땡기고~~~~~

▲방향을 틀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