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행사, 축제

걸판지게 한판 놀아보자! (남해안 별신굿)

청풍헌 2014. 5. 8. 08:44

죽도竹島에서 별신굿을 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무형문화재 중 한 축을 이루는 남해안 별신굿의 원형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아침 일찍 죽도행 배에 올랐다. 죽도는 처가 동네다. 아내가 국민학교 3학년때 시내로 이사를 나와 유년 시절의 추억이 어린 곳인데 사정으로 동행하지 못하고 향토사 연구소 소장님과 회원들이 동행했다. 죽도는 과거 삼치잡이로 큰 돈을 벌었던 부촌이었으며 삼치를 망애라고도 했다. 통영의 여러 섬들이 각자 많이 잡히는 고기가 달라 특색이 있다. 용초의 호두는 미역이 유명하며 욕지 고등어, 추도 미기 등등이다. 또한 이곳 죽도에도 미역이 많이 자라 미역으로 소득을 올렸다고 한다. 어느 마을 없이 어촌에는 고기잡는 일이 육지에서 농사와 같다. 농사를 잘되게 비는 것이 농자천하지대본이라면 어촌에서 어업이 잘되도록 비는것은 별신굿이다. 한해의 가장 큰 마을의 잔치이며 행사로 정성을 다해야 마을이 편안하고 고기가 많이 잡히고 조상을 잘 모셔야 집안이 편하다는 의미로 제祭를 올렸다. 마을마다 지내던 별신굿은 지금은 사라지고 오직 이곳 죽도에만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한 때 미신이라는 이유로 우리의 전통이 사라졌다. 지금도 일부 어줍짢은 인들은 타자를 인정하지 않는 발언을 일삼는다. 종교란 무었인가?  무언가 간절히 원하여 죄를 사하고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속의 소원이 아니겠나?  왜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인가? 서로 상대를 인정함에 진정한 종교의 자유가 있을 것이다. 남해안 별신굿은 종교적 의미가 크다. 우리의 어머니들이 자식 잘되라고 정한수 떠 놓고 손비비던 것이 마을의 안녕과 용왕님에게 고기 많이 잡히고 무사 안녕하라고 비는게 종교가 아니겠나. 죽도의 별신굿은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전통 종교다.  배를 타고 도착하니 아침밥을 먹으라고 하여 이장님댁으로 이동했다. 식사를 마치고 마을을 한바퀴 둘러보며 만난 할머니에게 산제당에 관하여 물어보니 당산할매는 신성하여 아무나 범접할 수 없고 올해 굿판은 산제를 생략하고 용왕굿과 지동굿, 거리굿만 한다고 했다. 죽도 별신굿의 날짜가 연기된 이유는 마을 사람이 싼판에서 빠져 죽은 일 때문에 다시 날을 받아 오늘 한다. 이는 별신제를 잘못해서 그렇다고 굳게 믿고 있다. 정성이 모자라 마을에 이런 일이 생겼다 하여 더욱 정성을 들이고자 했다. 당산할매가 사는 당산숲은 아무나 들어가지 못하여 원시림이 그대로 살아있는 숲이 되었다. 방죽에는 저수지 처럼 물이 고여있어 이 물로 농사를 짓는다고 하며 몇 년 전 태풍에 바닷물이 넘쳐 짠물이 비친다고 하여 내려가 물맛을 보니 민물이었다. 도대체 섬마을의 한 가운데 이런 방죽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며 또한 많은 바람과 태풍으로 바닷물이 넘쳤을건데 오염되지 않고 민물이 있다는게 섬의 수호신 같은 역할을 한다. 당산할매가 오줌을 싼것이라 한다. 그만큼 마을을 지켜주는 당산할매는 마을의 수호신이며 정신이다. 마을을 둘러보고 내려오니 굿판이 벌어졌다. 어제부터 한 굿판은 마을 방파제 선착장에서 용왕제를 오랬동안 했다. 특히 지난번 물에 빠져 죽은 동네사람 때문에 용왕제를 걸게 한다고 했다. 구경나온 동네 할머니와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집집마다 조상앞에 상을 차리고 좌정한 어른들에게 한복을 곱게 입고 며느리들이 절을 했다. 그때는 무당들이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 있어 참 잘했다. 욕지등에 전문 굿꾼이 있었다. 옛날에는 정성을 다하고 엄중하게 해서 탈이 없었다. 별신굿 날을 받아 장을 봐 오는 날이면 나오지 못했다. 장을 봐오면 나왔다. 임신자는 바깥으로 나갔다. 별신굿만하는 무당이 따로 있었다. 염불도 잘하고 어른들도 여러해 들어서 무당이 잘못하면 다시 하라고 하여 참 잘 했다. 어른들이 겁났다. 오늘 무당과 소리꾼을 보니 작년 제작년 오던 아이들이 아니다 .날씨가 참 좋다. 죽은 사람들을 극락으로 인도하는 나미아미타불을 외친다. 나미아미타불 한다. 무당이 춤을 추면 같이 덩실덩실 춤을 추며 하늘나라로 인도하여 술도 먹이고 떡도 먹이고 밥도 먹여 좋은 곳으로 인도한다. 배가 많은 때는 참 많았다. 손님이 작다. 이장, 면직원 기자들도 적다. 손님이 많이와야 좋은데 산제단에는 사람이 안올라 간다. 내년에 올라간다. 내년에는 크게 한다. 삼년만에 올라간다. 선창에서 지내는것은 용왕제다. 여기서 지내는 것이  조상제다. 고기 많이 잡히게 옛날에는 배에서 크게 했다. 바다에 나가서 손 비비고 했다. 상수도가 없다. 산에 지하수를 탱크에 모아 상시로 열어놓고 사용하고 있다. 섬은 작아도 물이 많았다.  80가구  살았다.  60대가 젊은이다. 68~9세가 가장 젊은이다. 나는 나이 89세이다. 여기서 사니 그나마 이렇게 산다. 밭에도 가고 많은 공기 쐬며 살고 있으니 그렇다. 올해는 꼼꼼시리 하내. 올해 사람이 하나 죽어 날을  다시 받았다. 달을 넘기고 다시 날을 받았다. 산에 안 오르기 때문에 달로 넘겨 다시 날을 받을 수 있었다. 만약 산제가 있는 날이면 어림도 없다. 산제가 더 중요하다. 새벽에 올라가서 제를 지내고 기를 달고 내려오며 새미와 둥천마다 사거림에는 황토를 깔아 놓고 했다. 산제하는 사람이 따로있다. 따로 온 무당은 한 집을 얻어 혼자서 목욕하고 산제를 지내고 내려오면 같이 했다. 산제山祭를 더 크게 친다. 산제가 가장 중심이다. 밥하는데도 있다. 그곳에서 밥을 한다. 다른 고기나 나물은 따로 하며 밥은 그곳에서 한다. 밥이 참 잘 된다. 따로 당집이 없고  평평하다. 밥상을 많이 놓고 굿이 끝나면 거리 먹일려고 큰 섶에 넣어 물에 갔다 넣었다. 많이 차렸을 때 물에 넣어서 용왕님에게 주었다. 옛날에는 크게했다. 동그란 절편은 시리떡이다. 예전에는 굿을 했던 사람도 믿는다고 안온다. 밉다고 그날 종을 더 두드리기도 한다. 교회 다닌다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용왕제가 끝나고 천막안으로 들어선 굿판은 중앙에 검은 괘짝이 하나 있고 그곳에 머리가 허연 할아버지가 앉아 계셨다. 아제요! 죽지말고 오래살아 그 자리를 진켜주소. 아제밖에 없소! 지동궤짝을 지켜주실 분이다. 이때 마을에서 리어카와 머리에 인 제사상이 나온다. 각자의 조상에게 바치는 정성스런 제사상을 가져나와 차리는데 많을때는100여상이 되었다고 한다. 그때는 100여상이나 되었는데 지금은 11상이다. 특이한것은 메밥위에 동그란 절편을 올리고 그 가운데 숫가락을 세워 놓았다. 그 이유는 "그게 돈떡이요. 돈떡.옛날에는 돈이 어떻게 생겼소? 엽전이 동그랗게 생겼제. 동그랗게 생긴 돈떡을 맛나게 먹고도 가고, 싸가지고 가면서 노자로도 쓰라는 기지.동그란 절편 가운데에는 주로 복福자가 새겨져. 그게 통영 돈떡이야. 보통 내륙지방에 제사에 올리는 떡은 네모나지. 시루떡을 생각하모돼. 생긴기 완전 틀리지."고 김상현 기자의 <통영섬 단디 탐방기 죽도편>에 기록되어 있다. 지동굿을 시작으로 오랫동안 굿판이 벌어졌다. 안내 리플랫에는 첫날 판메구/들맛이 당산굿(마을의 당산에 굿을 알리며 마을의 안녕과 복을 비는 굿) 둘째날 부정굿(여러신들을 모시기 전 온갖 부정과 잡신을 물리쳐 자리를 맑히는 굿) 가망제석굿(제물의 덮게를 벗기고 시작되는 굿으로 마을을 태동시킨 선후 조상을 위한 굿) 민요(진도 아리랑, 성주풀이) 선왕굿(팔도명산의 선왕들과 어선을 모시는 선왕 및 집에서 모시는 선왕을 모시어 풍어를 염원하는곳) 용왕굿(바다의 용왕님에게 무사 안녕과 풍어를 비는 굿) 탈놀이(별신굿 중 탈놀이인 중광대놀음과 해미광대놀음으로 해학과 풍자가 깔려있고 교훈적인 성격이 강한 탈놀이다) 지동굿(가장 중심이 되는 굿으로 마을을 태동시킨 선후 조상님네를 모시어 마을의 평안을 기원하는 굿) 시왕탄일(저승을 관장하는 열명의 왕들에게 죽은 넋의 천도를 빌고 마을의 안가태평을 비는 굿) 시석(마을을 위한 모든 굿이 끝나고 나면 떠도는 영혼이나 제청에 좌정하지 못하는 잡신들을 대접하고 떠날 때 마을의 모든 액운을 가지고 가게 하는굿) 으로 정리되어 있는데 용왕굿과 지동굿은 알겠는데 다른것은 했는지 알 수 없다. 굿판이 벌어지는 동안 흥에 겨워 무녀의 부채에  노잣돈을 올리고 소원을 빌기도 한다. 보통 무당이 하는 굿이라면 개인의 안녕과 복을 위하여 신내림 무당이 한다면 남해안 별신굿은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먼저 빌고 개인의 무탈과 집안의 안녕을 비는 지극히 공동체적인 마을 대 단합회 같은 굿이다. 굿판이 끝나갈 무렵 어른들이 나와 춤을 추며 한판 걸판지게 놀았다. 무든 사람들이 나와서 한바탕 휘모리 장단에 덩실덩실 춤을 추며 놀았다. 상에 올려진 제물은 일부 치워지고 나머지는 큰 자루에 넣어 바다에 떠도는 영혼에게 먹인다고 배에 싣고가 바다에 내린다.  68~9세가 가장 청년이라는 죽도마을에 이처럼 오랜 전통이 지켜지는 것이 참 좋았으며 영원히 연속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가져본다. 가장 통영스런것이 가장 세계적인것이다. 남해안 별신굿을  현장에서 직접보고 느끼는 감정은 확실히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2014. 5. 2 죽도에서 남해안 별신굿을 보고 백세청풍 김용재



▲메인굿인 지동굿을 하고있다.

▲죽도마을 전경

▲굿을 알리는 오방기가 결렸다.

▲냄새밭에서 마늘 쫑을 빼고계신 할머니

▲당산할매의 오줌이 모였다는 방죽

▲우물

▲우물 내부

▲당산숲

▲용왕제가 끝나갈 무렵 제사상을 이고 끌고 나오다.

▲선창에서 진행중인 용왕굿

▲사방 팔방에 징을 쳐 고한다.

▲대기중인 제사상

▲용왕굿이 끝나고 마을로 들어온다



▲무녀의 띠배에 지전을 태우고 소원을 빈다.

▲이바구를 맛깔나게 들려주신 할머니들

▲지동궤

▲지동굿

▲향토사 열혈회원들

▲제사상을 차리고 있다

▲잘 차려진 제사상

▲돈떡에 세워진 숫갈

▲무녀

▲흥에겨워 춤사위가 절로 나온다.

▲사뿐사뿐 나빌레라

▲정영만 선생의 춤사위


▲마을 이장님에 쉬워진 귀신을 쫏고잇다

▲지동궤

▲내부 문서

▲모든 사람들이 덩실덩실 걸판지게 놀고있다.

▲한바탕 춤이나 추어보세

▲장독

▲부엌

▲동네입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