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책 이야기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청풍헌 2015. 9. 6. 20:48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테라

토마시와 테레자 카레닌()

프란츠와 사비나

 

그들은 피아노와 바이올린 소리에 맞춰 스텝을 밟으며 오고갔다. 테레자는 그의 어께에 머리를 기댔다. 안개 속을 헤치고 두 사람을 싣고 갔던 비행기 속에서처럼 그녀는 지금 그때와 똑 같은 이상한 행복, 이상한 슬픔을 느꼈다. 이 슬픔은 우리가 종착역에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행복은 우리가 함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슬픔은 형식 이었고, 행복이 내용 이었다. 행복은 슬픔의 공간을 채웠다. 그들은 테이블로 돌아왔다. 그녀는 그러고도 조합장과 두 번, 젊은 남자와 한번 춤을 췄다. 젊은 남자는 너무 취해서 그녀와 함께 스테이지에 쓰러졌다. 그런 뒤 네 사람 모두 위층으로 올라와 방으로 들어갔다. 토마시가 문을 열고 불을 켰다. 그녀는 나란히 붙어있는 침대 두 개와, 머리맡 램프가 달린 탁자를 보았다. 불빛에 놀란 커다란 나방이 전등갓에서 빠져나와 방안을 맴돌기 시작했다. 아래쪽에서 희미하게 피아노와 바이올린 소리가 들려왔다.

 

2015년 여름휴가 때 읽은 책